산업

친환경차 시대 일자리 고민 시작됐다...현대차 강성 노조 문화 바뀔까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엔진 없고 변속기 단순화

관련 인력 대폭 축소 우려에

대책위원회 구성해 활동

"노동시장 경직성, 강성 노조 문화

개선 선행돼야 생존할 것" 지적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동시 파업을 진행한 지난해 6월 현대차 박유기(왼쪽 두번째) 노조위원장이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서울경제DB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동시 파업을 진행한 지난해 6월 현대차 박유기(왼쪽 두번째) 노조위원장이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서울경제DB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생산 공장 모습. /사진제공=위키피디아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생산 공장 모습. /사진제공=위키피디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일자리 고민에 돌입했다.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에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이 들어가지 않고 변속기도 단순해진다. 이 때문에 관련 부품을 제작하는 부문 근로자의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친환경차가 촉발시킨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소위 ‘귀족노조’로 평가받는 현대차 노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달 초 ‘친환경차 관련 노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회사와 노조 각각 8명,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노사는 친환경차 노사공동연구위원회를 꾸려 운영했지만 친환경차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면서 이를 대책위로 격상해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노조는 대책위와 관련해 “하이브리드 전용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로 엔진·변속기를 포함한 국내 공장 조합원들의 고용 문제 발생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책위 내 연구인력은 친환경차 부품 생산 공장, 충주 모비스 공장을 방문하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한 고민에 돌입했다.


친환경차는 자동차 시장뿐 아니라 생산 방식의 패러다임 자체도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솔린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수가 대략 3만개라면 전기차의 부품 수는 1만개 정도라는 분석도 있다. 내연 기관차는 엔진 주변 부품만 1만개에 이르지만 전기차는 17개 정도로 간략하다. 전기차는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 자체가 없고 모터로 구동된다. 변속기도 8~9단이 아닌 2단 이하로 단순하다. 조립에 큰 품이 들지 않는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저서 ‘가보지 않은 길’에서 “현대차 울산 공장에 엔진과 변속기 부문 인력만 5,000명 수준이고 계열사를 포함하면 수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시대)가 본격화되면 고용 전선은 요동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는 생산 방식 자체도 다르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테슬라다. 테슬라의 공장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다. 과거 GM과 도요타가 합작해 설립한 ‘누미(NUMMI)’ 공장을 리모델링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컨베이어 벨트가 없고 로봇들이 대부분을 조립한다. 인력은 최소로만 고용하고 있다. 부품 수가 적고 비교적 조립이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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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대책위로 격상해 일자리 고민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배경이다. 노사는 전기차 등의 국내 생산량이 10만대를 초과할 경우 연구분과와 현장분과위를 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업계에서는 귀족노조로 대표되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고민보다 매년 반복되는 임금 및 단체협상의 갈등, 고임금 체계 등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라는 의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국내 제조업 자체의 위기를 의미한다”며 “국내처럼 노동시장 경직성이 강하고 여기에 강성 노조까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역시 위기 상황에 대한 선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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