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이르면 올 하반기 자율주행차 관제 플랫폼을 선보인다. 순차적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오는 2020년께 시장 선도 업체인 구글·테슬라·인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은 ‘티 리모트아이’라는 자율주행차 관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멀리 있는(Remote)’ 곳까지 살펴보는 ‘눈(Eye)’이란 뜻으로 자율 주행차 서비스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티 리모트아이’는 데이터 관리와 분석은 물론 △장치관리 △운전자보조 △보안 △인증 등이 주된 기능이다. SK텔레콤은 ‘티 리모트아이’를 차량 공유서비스나 자동차 보험 영역에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쏘카를 비롯해 메리츠화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또 많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API)을 공개하고, 각종 앱을 탑재해 편의성도 높일 방침이다.
온라인 지도서비스인 ‘티맵’도 ‘티 리모트아이’ 공개와 함께 업그레이드된다. 그러면 자동차 안에 별도의 사물인터넷(IoT) 칩을 탑재하지 않아도 티맵 만으로 주변 자동차와 통신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티맵을 현재보다 10배 정도 정교한 초정밀(HD)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개발 인공지능(AI) ‘누구’를 자율주행차에 탑재해 일상을 아우르는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비전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인터넷TV(IPTV)인 B티비 등과 연결해 차 안에서 쇼핑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내달 1일에는 대표이사 직속 AI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AI 경쟁력도 업그레이드 된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추진되면 SK텔레콤의 자율주행차 서비스는 IoT 플랫폼 씽플러그 외에 △티맵 △누구 △티 리모트아이라는 네 개의 바퀴로 굴러갈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SK C&C가 담당하는 등 SK그룹사 전체가 자율주행차를 통해 또 한 번 도약을 노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간 정보 연결이 중요한데 우선 티맵 기반 관제 서비스가 올 하반기께 공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도로 위에서 보려면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한다. 2.5GB 용량의 영화를 1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는 5G 서비스가 2020년께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반응이 느리면 바로 사고가 날 수 있어 5G가 제공하는 빠른 반응속도가 필수요소 중 하나다. 실제 인텔은 2020년에 자율주행차 한 대당 하루 4TB(TB=1,024GB)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지금의 4G 통신망에서는 자율주행차의 한계가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차량이 많고 길이 복잡한 서울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이동할 때 한 시간에 1TB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실질적인 도입에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티 리모트아이가 본격 출시되면 SK텔레콤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 참석해 삼성전자·엔비디아·인텔과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생태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BMW와 손잡고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5G 기반의 커넥티드카를 세계 최초로 시연하는 등 알음알음 성과도 내고 있다.
SK텔레콤이 향후 3년간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산업 등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만 11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선도 업체와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