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을 연 것은 역시 취임 이전부터 줄곧 중국의 천문학적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다음달 6~7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공식 발표를 한 후 트위터에 “다음주 중국과의 만남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중국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무역적자와 일자리 손실이 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미국 기업들은 다른 대안을 살펴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혀 중국에 진출한 미 기업들의 본토 회귀를 유도하기도 했다.
CNN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국가별 무역적자 실태조사와 반덤핑 세금 개선책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 역시 일주일 뒤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방문일정과 의제를 꼼꼼히 점검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 뜸을 들이며 중국의 애간장을 태웠던 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의 샅바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 주석이 미국 방문에 앞서 4~6일 사흘간 핀란드 순방일정을 잡은 데도 중국 측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길들이려는 미국 측의 의도적인 의전 홀대를 염려한 시 주석이 핀란드를 먼저 국빈방문해 해외순방 성과를 챙기고 체면을 구기는 일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날 당시에도 중남미 3개국 순방 후 귀국길에 캘리포니아를 경유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중국 정상의 의전 배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캘리포니아·텍사스·아이오와 등 미국 주정부와 각종 투자협의를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시 주석이 큰 성과 없이 돌아오는 수모를 막기 위한 중국 외교부의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31일 중국 상무부는 정상회담 기간에 이들 주정부와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의를 할 것이라며 이는 지난 한해 미국과 중국 기업 간 거래액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들 주정부와의 협력 카드를 양국 간 무역전쟁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에 상향식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우회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산으로 보인다. 향후 무역분야의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동맹군으로 끌어들인 이들 지방정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회담은 무역 불균형과 환율조작뿐 아니라 북핵과 남중국해 등 해답을 찾기 힘든 안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충돌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주장해온 ‘중국 역할론’을 거듭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책임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사실 우리는 더는 지켜볼 인내심이 없으며 (중국의) 행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쩌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3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행동과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함께 중단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고 밝혀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부주의한 행동을 하고 있는 북한을 멈추게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를 드러냈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도 “두 정상은 북한과 무역, 역내안보 현안을 포함해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남중국해부터 북한에 이르기까지 큰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