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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깨비’ 최리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될래요”

2016년 영화 ‘귀향’의 흥행은 정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 ‘귀향’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아 힘들게 제작됐고, 제대로 된 배급사조차 잡지못해 극장 개봉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개봉한 ‘귀향’은 관객들의 입소문 속에 점점 상영관을 늘려가며 결국 전국 358만 관객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480만)와 ‘워낭소리’(293만)가 놀라운 흥행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저예산의 독립 극영화가 ‘귀향’과 같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배우 최리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배우 최리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귀향’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무녀 ‘은경’을 연기한 최리는 ‘귀향’이 만들어낸 최고의 수혜자였다.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재학중이던 최리의 모습을 보고 무녀 ‘은경’ 역할에 최리를 캐스팅했고, 그렇게 연기경험이 전혀 없던 최리는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 감독님이 학교에 오셨다가 저를 보고는 10년 동안 찾아 헤매던 이미지라고 하셨어요. 전 사실 연기 경험도 없고 해서 자신이 없어 거절을 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대학(중앙대학교 한국무용학과)에 진학한 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꿈을 꾸고 감독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아직도 감독님이 제 자리를 비워놓으셔서 바로 다음 날 포스터 촬영을 먼저 하게 됐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너가 예뻐서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어요. 중성적이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느낌이라고. 감독님도 국악을 전공하신 분이어서 ‘은경’을 통해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19살에 캐스팅이 되서 21살에 ‘귀향’의 촬영에 들어가게 됐죠.”

배우 최리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최리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귀향’을 마친 뒤 최리의 다음 작품은 tvN 드라마 ‘도깨비’였다. ‘도깨비’에서 최리는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김고은 분)을 괴롭히는 사촌 ‘경미’를 연기하며 표독하고 밉살스러운 모습으로 ‘귀향’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죽하면 ‘도깨비’가 방송된 후 사람들이 뒤늦게 ‘경미’의 정체가 ‘귀향’의 무녀 ‘은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검색을 하다보니 검색어 순위에 등장할 정도였다.


“분량이 적어서 사실 좀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김은숙 작가님 작품으로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느꼈어요. ‘귀향’에 출연했다고 해도 못 알아보는 분이 많았는데 ‘경미’가 ‘귀향’의 무녀라고 기사가 나가니 알아봐주는 분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적은 분량임에도 정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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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에서 최리는 분량은 적어도 얄밉고 표독스런 악녀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비록 짧은 한 마디라고 하지만 칭찬에 그리 관대한 편이 아닌 김은숙 작가도 최리의 연기에 수고했고 잘 했다고 칭찬을 던졌을 정도. 물론 시청자들 역시 ‘귀향’의 무녀 ‘은경’과는 전혀 다른 최리의 맛깔나는 악녀 연기에 호평을 던졌다.

“방송이 나가고 얄밉다는 말이 많아서 좋았어요. 얄밉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그렇게 봐주신 것이니까요. 제가 무슨 역할을 하든 저는 ‘최리’라는 사람 그 자체인데 다들 전혀 다르다고 놀라주시니 희열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최리라는 사람이 전혀 안 비춰질 수 있구나. 그렇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은경’도 ‘경미’도 아닌 다른 캐릭터로 변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 최리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배우 최리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처음 해본 연기지만 ‘귀향’은 최리에게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 작품이었다. 작은 규모의 영화지만 너무나 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신인배우가 감히 바라보기도 힘든 대선배인 손숙을 통해 배우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새롭게 배웠다.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무녀 역할도 낯설고 연기도 처음이고. 그래서 위안부 세트장이 있는데 아침에 촬영장에 오면 혼자서 세트장에 들어가 앉아있었어요. 제가 할머니들 같은 고통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세트장에 혼자 있는 시간 동안 할머니들에 대한 책도 찾아보고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춤을 췄어요.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나고 무서울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할머님들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런 것들이 느껴졌어요.”

“손숙 선배님은 제게 항상 남을 도울 수 있는 배우가 되라고 해주셨어요. 기죽지 않게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요. 저도 그래서 앞으로는 손숙 선배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를 보면 기분 좋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항상 긍정적이고 선한 느낌을 가지려고 해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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