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의 한복판에서 터져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 이제 3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뒤흔들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으로 지지층이 재결집할 경우 진보진영에 기울어진 대선 판도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갈길 잃은 중도보수층이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둘러싼 반문(문재인) 진영 내 공방이 장기화돼 다자구도로 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현실로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정론 타고 보수층 결집=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동정론이 확산되면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보수층이 다시 하나로 뭉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31일 구치소에 전격 구속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검찰청사를 오가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동정여론과 함께 보수층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다시 확산되면서 그동안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지 않던 ‘샤이 보수층’과 구속 반대 세력이 하나로 뭉칠 경우 진보진영에 기울어졌던 대선 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탄핵 정국 속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 보수층’이 결집해 보수정당을 향한 표심으로 모이면 진보진영에 유리하게 짜인 대선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최대 수혜자는 이날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비박계로 분류되는 홍 지사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과 구속은 이중처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국민 여러분도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친박을 포함한 보수지지층의 대결집을 촉구했다. 당장 이날 한국당 대선후보 확정으로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 지지층이 홍 지사로 이동하면서 지지율 상승이 예상된다.
◇갈 길 잃은 중도보수, 안철수로=박 전 대통령 구속은 중도·보수층까지 품에 안을 수 있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에 이은 검찰과 법원의 구속 결정으로 갈 길을 잃은 ‘반문’ 성향의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안 전 대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홍국 경기대 교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기존 보수정당 내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데다 한국당 내 일부 친박 세력에 대한 보수층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보수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샤이 보수’가 중도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안 전 대표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안 전 대표는 합리적 진보는 물론 중도와 보수까지 모두 품을 수 있는 정책적 확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에게 쏠려 있던 유권자들의 민심이 분산되면서 중도 통합을 표방한 국민의당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자구도 시 굳어지는 문재인 대세론=박 전 대통령 구속이 범보수 단일화를 포함한 비문 진영의 연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수사를 반대했던 한국당과 탄핵을 주도했던 바른정당 간의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 내 친박 핵심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면서 목소리를 높일 경우 친박세력 청산을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로서는 한국당과의 보수연대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세력과의 명분 없는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인 안 전 대표 역시 한국당·바른정당과의 단일화에 나서기 힘들게 된다. 이 경우 반문 연대의 응집력이 빠르게 소멸하면서 이번 대선 구도는 ‘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의 4자 구도로 만들어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현실로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