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朴 전 대통령 구속] ① 동정론 업고 '샤이 보수층' 결집...홍준표 지지율 오를 가능성

대선판도 영향 3대 관전포인트

② 갈길 잃은 중도보수층 '文 대항마' 안철수로 대거 이동 예상

③ 보수연대 동력 약화...다자구도로 文 대세론 더 굳어질 수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가운데) 전 대표가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가운데) 전 대표가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서 터져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 이제 3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뒤흔들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으로 지지층이 재결집할 경우 진보진영에 기울어진 대선 판도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갈길 잃은 중도보수층이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둘러싼 반문(문재인) 진영 내 공방이 장기화돼 다자구도로 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현실로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정론 타고 보수층 결집=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동정론이 확산되면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보수층이 다시 하나로 뭉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31일 구치소에 전격 구속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검찰청사를 오가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동정여론과 함께 보수층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다시 확산되면서 그동안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지 않던 ‘샤이 보수층’과 구속 반대 세력이 하나로 뭉칠 경우 진보진영에 기울어졌던 대선 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왼쪽) 전 대표가 31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신장전통재래시장을 찾아 상인이 건네주는 김치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왼쪽) 전 대표가 31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신장전통재래시장을 찾아 상인이 건네주는 김치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탄핵 정국 속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 보수층’이 결집해 보수정당을 향한 표심으로 모이면 진보진영에 유리하게 짜인 대선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최대 수혜자는 이날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비박계로 분류되는 홍 지사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과 구속은 이중처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국민 여러분도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친박을 포함한 보수지지층의 대결집을 촉구했다. 당장 이날 한국당 대선후보 확정으로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 지지층이 홍 지사로 이동하면서 지지율 상승이 예상된다.


◇갈 길 잃은 중도보수, 안철수로=박 전 대통령 구속은 중도·보수층까지 품에 안을 수 있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에 이은 검찰과 법원의 구속 결정으로 갈 길을 잃은 ‘반문’ 성향의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안 전 대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홍국 경기대 교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기존 보수정당 내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데다 한국당 내 일부 친박 세력에 대한 보수층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보수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샤이 보수’가 중도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안 전 대표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안 전 대표는 합리적 진보는 물론 중도와 보수까지 모두 품을 수 있는 정책적 확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에게 쏠려 있던 유권자들의 민심이 분산되면서 중도 통합을 표방한 국민의당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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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구도 시 굳어지는 문재인 대세론=박 전 대통령 구속이 범보수 단일화를 포함한 비문 진영의 연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수사를 반대했던 한국당과 탄핵을 주도했던 바른정당 간의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 내 친박 핵심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면서 목소리를 높일 경우 친박세력 청산을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로서는 한국당과의 보수연대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세력과의 명분 없는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인 안 전 대표 역시 한국당·바른정당과의 단일화에 나서기 힘들게 된다. 이 경우 반문 연대의 응집력이 빠르게 소멸하면서 이번 대선 구도는 ‘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의 4자 구도로 만들어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현실로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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