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자유분방한 철화청자...검푸른 빛이 춤추네

호림박물관 '철화청자' 특별전

운학문 매병서 장고·난주까지

20년간 수집한 220여점 첫 공개

고려청자에 대한 인식 넓힐 기회

1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13세기 고려의 청자철채상감 보상당초문 매병. 높이가 36.1cm나 된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1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13세기 고려의 청자철채상감 보상당초문 매병. 높이가 36.1cm나 된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




1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13세기 고려의 청자철채상감 운학문 매병. 높이는 29.5cm이며 검은하늘을 나는 학의 날갯짓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1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13세기 고려의 청자철채상감 운학문 매병. 높이는 29.5cm이며 검은하늘을 나는 학의 날갯짓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


보통 고려청자라 하면 문양을 새긴 자리에 흙을 채우고 유약을 발라 구운 비취색 상감청자의 기품있는 우아미를 떠올린다. 이와 달리 철화(鐵畵)청자는 철을 소재로 한 안료를 발라 굽고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검붉고 검푸른 색의 강렬한 개성미가 특징이다. 정교하게 장식한 상감청자가 고려 왕실과 귀족의 화려한 문화를 보여준다면 마치 초서(草書)를 쓰듯 빠른 필치의 붓질로 그린 무늬와 소탈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맛이 도는 철화청자에선 풍류가 넘친다. 상감청자의 비색이 손닿을 수 없이 높은 하늘의 푸른색이라면 철화청자의 검푸른 색에서는 생명을 품은 땅의 기운이 느껴진다.

호림박물관이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를 마련했다. 고려시대 철화청자 220여 점을 망라한 매우 특별한 전시회다. 지난 1996년에 철화청자 특별전을 열었던 이 박물관이 20년간 적극적으로 엄선해 모은 수집품을 처음 공개한 자리라 의미가 더욱 깊다.


이들 중에서도 최고 명품은 제1전시실에 모여 있으니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가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동선을 추천한다. 자연과 일상에 더 가까운 철화청자의 색을 음미한 다음 세부 문양을 뜯어보면 한 재미 더 난다. 도자기 전반에 철사(鐵砂)안료를 칠한 다음 문양을 그리고 그 문양에 다시 음각을 새기거나 여백 면을 긁어내는 등 신명나게 꾸민 도공의 노고가 역력하다. 손 간 자리마다 미묘하게 색이 달라지니 꽃(花文)과 풀(草文)이 춤을 추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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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청자철채상감 운학문 매병’을 보면 검푸른 하늘을 뚫듯 나는 학의 날갯짓이 처음 맛보는 자유인 양 시원하다. 같은 시기 것으로 높이가 36.1㎝나 되는 ‘청자철채상감 보상당초문 매병’은 굽이치는 당초 문양이 움직일 듯 생생하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제68호 고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떠올려 색과 문양의 ‘다른 맛’을 음미할 만하다.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철화청자는 대부분 고려청자가 가장 활발하게 제작된 12세기부터 13세기 초반 사이에 양산됐다”며 “가마 내부의 상태에 따라 철사안료는 검은색 혹은 갈색으로 표현되는데 안료가 검은빛이 돌수록 품질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가마 출토지를 보면 왕족과 귀족을 위한 비색 상감청자가 전북 부안과 전남 강진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 것과 달리 철화청자는 부산, 전남 해남 등지에서도 제작됐다.

난간 기둥의 용도로 추정되는 12세기 고려의 청자철화 모란당초문 난주. 제 2전시실에 총 4점이 선보였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난간 기둥의 용도로 추정되는 12세기 고려의 청자철화 모란당초문 난주. 제 2전시실에 총 4점이 선보였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


청자철화 모란당초문 난주의 전시 모습청자철화 모란당초문 난주의 전시 모습


청자에 철사안료로 꽃문양을 그리고 상감기법까지 가미해 제작한 타악기 장구. 12~13세기 고려 것으로 추정되며 길이는 50.4cm에 이른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청자에 철사안료로 꽃문양을 그리고 상감기법까지 가미해 제작한 타악기 장구. 12~13세기 고려 것으로 추정되며 길이는 50.4cm에 이른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


고려의 청자는 귀히 여겨 앉혀놓고 감상만 하는 완상(玩賞)을 넘어 음식 그릇과 각종 건축 장식, 제기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청자로 만든 타악기 장고가 인상적이다. 길죽한 원통형태에 위쪽으로 구멍이 뚫린 철화청자 난주(欄柱)는 ‘난간 기둥’의 용도로 추정된다. 청자 기와는 자주 출토됐으나 이 같은 건축 부재의 청자 난주는 사례가 드물다. 모란당초문이 표면을 뒤덮은 것이 이슬람 유물에 견줘도 손색없다. 3층 2전시실은 철화청자를 병, 주자(注子·주전자), 화분, 합(盒·뚜껑이 있는 그릇) 등 형태별로 나눠 보여준다. 3전시실에서는 철화청자와 상감청자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고려청자에 대한 인식과 안목을 한층 넓힐 수 있는 전시다. 9월30일까지.

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


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


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


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림박물관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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