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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푸른 밤’ 이동진, 하루의 시작과 끝을 편안하게 ‘디졸브’하고 싶다면(종합)

하루가 ‘디졸브’되는 시간. 이동진은 영화평론가다운 말솜씨로 ‘푸른 밤’의 시간을 정리했다. 앞의 장면과 뒤의 장면이 가볍게 겹치며 전환되는 것을 뜻하는 영화 용어 ‘디졸브’. 날짜 상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동시에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하는 자정을 비유하기에 적격이다. 이동진은 ‘디졸브’되는 ‘푸른 밤’의 시간을 어떤 색으로 채울까.

MBC FM4U ‘푸른 밤 이동진입니다’ 기자간담회가 3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가든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유천 PD와 이동진 DJ가 참석해 개편을 맞아 새롭게 바뀐 ‘푸른 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MBC/사진=MBC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동진의 발탁 이유. 유천 PD는 지난 3년 간 ‘푸른 밤’을 지켰던 샤이니 종현의 다음 타자로 이동진을 택한데 대해 “이동진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DJ라고 생각했다. 바로 전 DJ를 했던 종현과 연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변 풍경이나 상황을 섬세하게 읽는 것은 여전히 소년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선 ‘푸른 밤’의 청소년 청취자들까지 이동진이 고스란히 넘겨받을 수 있을까. 여기에 유천 PD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꼭 아이돌이나 연예인, 유행 이야기만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문학적이고 깊이 있는,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청소년들도 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고, 설득력 있는 DJ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동진을 섭외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더불어 여러 세대를 아우르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유천 PD는 “예전의 X세대 분들이 이제는 불혹이 되셨다. 그런 분들이 다시 돌아와서 공감하고 끄덕끄덕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며 “저희 소망은 왕년에 라디오를 좋아했던 많은 분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동진 DJ와 함께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동진의 라디오 DJ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부터 2년간 MBC 표준FM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을 맡았으며, 2014년에도 SBS 파워 FM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1년간 진행했다. 이동진은 라디오에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진=MBC/사진=MBC


그는 “라디오 DJ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DJ를 안 하고 있는 기간에도 다시 복귀하면 어떨까 상상하고 그리게 된다. 지금까지 DJ를 3년 정도 했었는데, 제 인생에서 DJ를 안 한 기간이 더 길다. 하지만 DJ를 안 할 때도 계속 생각났다”고 복귀 이유를 밝혔다.


이동진은 영화평론가임과 동시에 꾸준히 음반을 구매하고 듣는 ‘음악 마니아’이기도 하다. 다른 방송과 다르게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라디오의 매력 중 하나. 그는 “음악 들으면서, 이 노래 들려드려야 되는데 생각했다. 음악에 대한 메모를 계속 했다. ‘내가 들어가면 다 죽었어’ 이런 느낌이다. 제가 다른 활동도 잡다하게 많이 하고 있는 중이라서 이 일정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다른 일정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었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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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이 만들고자 하는 ‘푸른 밤’에 대해서도 미리 그려봤다. 그는 ‘푸른 밤’이 방송되는 자정, 하루가 ‘디졸브’되는 이 시간을 그저 편하게, 힘 빼고 진행하고 싶다고.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매일 2시간씩 듣는 건데, 그 때까지 각 잡고 신경 곤두세우면서 듣는 방송이면 정말 힘들 것 같다. 첫 방송을 듣고 나면 좋은 의미에서 느슨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여기에는 유천 PD도 맥락을 같이 했다. 특별한 코너나 상황을 따로 준비하기 보다는 이동진에게 맡기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는 의도였다. 유천 PD는 “이동진이라는 DJ는 많이 가공하지 않아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풍미가 높은 등급의 한우 같다. 소금 약간과 후추만 뿌려서 해도 잘 되지 않을까. 오히려 많은 양념을 쳐서 본연의 풍미를 해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동진이 직접 음악을 선곡하거나 게스트와 케미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사진=MBC/사진=MBC


이동진이 직접 선곡하는 음악은 어떨까. 아무리 음악 자체에 애정이 있는 그라도, 왠지 영화 음악이 주로 흘러나올 것만 같다. 이동진은 여기에 “저는 DJ를 제외하면 모든 생활은 영화평론가로 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라디오마저 영화라는 저의 전공으로 채색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영화를 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정확히 선을 그으며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건 영화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영화 평론 코너나 영화 음악 코너를 집중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동진 DJ로 불리고 싶고, 라디오에서도 영화평론가로 불리면 끝장이라고 생각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드디어 오늘, 이동진의 ‘잘자요’가 흘러나온다. 10여 년 전 ‘푸른 밤 성시경입니다’에서 금요일 게스트로 활약하며 ‘금동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이기에 익숙한 기대가 감돈다. 이동진은 “얼마나 오래하느냐 보다는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소 정석적이지만 그만큼 진중한 답으로 DJ에 대한 진지한 열의를 드러냈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시간이다. 매일 청취자들이 주는 2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그에게서 아주 편안함 밤을 이미 선물 받은 것 같다.

한편 이동진은 ‘푸른 밤’의 6번째 DJ다. ‘푸른 밤’은 앞서 성시경, 알렉스, 정엽, 문지애, 종현 등 전통적으로 뮤지션이 DJ를 이어오며 음악으로 소통하는 라디오로 자리 잡았다. ‘푸른 밤 이동진입니다’는 3일 자정 첫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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