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선임기자 진단-서울 아파트 매매가 6억 돌파] 강남 재건축이 떠받친 테마장세..."지역별 가격차 심해질 듯"

<아파트값 어디로>

서초·송파 매매가 상승률 서울 평균 두배 웃돌아

'경희궁 자이' 등 도심 새 단지도 집값 끌어올려

분당·일산 신도시는 거래 없어 서울 강남과 대조

금리·대선 등 불안 불씨 여전...차별화 장세 점쳐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다. ‘대세 상승장이 끝날 것’이라던 올해 집값 예측과는 딴판이다. 지난 1·4분기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주택시장 침체가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론까지 나온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초고층 재건축 불허 등 잇따른 악재에도 좀처럼 가격이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여기에 도심권 대규모 신규 아파트들도 초강세를 이어가며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주택시장에도 봄이 오는 것일까.

◇강남 재건축, 도심 대단지가 대외악재 상쇄=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6억17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다. 전월의 5억9,861만원과 비교하면 156만원 뛰었다.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던 연초 집값 전망과는 사뭇 다른 추세다.


서울 집값을 떠받친 힘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다. 3월 재건축 추진단지가 밀집한 서초구와 송파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각각 0.24%, 0.21%로 서울 평균(0.1%)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94㎡의 실거래가는 3월 11억5,000만~11억6,000만원으로 11억500만~11억6,000만원이던 전월보다 거래 하한선이 4,500만원이나 올라갔다. 서울시의 49층 초고층 재건축 불허 방침에도 매수 심리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셈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지역은 공급이 한정된데다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이슈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 자이’ 등 도심권 대규모 재개발 단지들의 잇따른 입주도 집값을 떠받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잇따른 고가 도심 아파트의 등장이 전체 아파트 가격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낙관은 금물…여전한 불안 요인들=그렇다면 연초 제기됐던 집값 하락 주의보는 해제된 것일까. 여전히 전문가들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현재의 주택시장 분위기를 강남권 재건축발 ‘테마 장세’로 규정하며 “전반적인 시장은 위축장”이라고 진단했다. “전체 시장 흐름과는 관계없는 국지적 장세며 강남권 역시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을 벗어나면 시장의 온도차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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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분당·일산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이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 사실상 단절된 거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당 구미동의 K공인 관계자는 “거래는 안 되는데 매물은 꾸준히 쌓이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고양 일산신도시와 화정·행신 등 주변 택지지구들도 심각한 거래단절을 겪고 있다. 일산 마두동의 B공인 측은 “그나마 실수요조차 삼송 등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로 옮겨가다 보니 신도시 전체 거래는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심지어 서울 강북권도 강남권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계동 O공인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집주인들이 (집을) 계속 보유해도 되는지, 아니면 지금 팔고 나가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차별화 장세 시작?=우려되는 것은 여전히 시장에 부정적인 불안요소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에 가장 큰 부담은 금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확연한 오름세다. 한때 2%대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며 조만간 5%대로 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대선주자들이 인위적 경기부양을 통한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정책의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 요인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대세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세 상승이 끝났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듯 집값이 무조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별 요인에 따라 가격이 엇갈리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 역시 “공급과잉 지역에서는 가격조정이 나타나겠지만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라며 “특히 서울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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