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다누리콜센터 24시]"폭력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요" ...다문화가정 고민 들어주는 '사랑방'

필리핀 등 출신 상담사 47명

3교대로 365일 24시간 상담

가족 갈등이 47%로 가장많아

"문제 해결 도움줄때 큰 보람"

3일 서울 마포구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누리콜센터’의 다국적 상담사들이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3일 서울 마포구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누리콜센터’의 다국적 상담사들이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남편이 결혼 첫날부터 때려요. 술 먹고 도박하면서 생활비는 주지도 않고요. 저 혼자 벌어 남편 카드빚 갚고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힘드네요. 더는 같이 못 살 것 같아 이혼하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3일 오전10시55분께 서울 마포구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서울 다누리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응우옌티렁(37·베트남) 상담사가 받아든 수화기 너머로 흐느껴 우는 앳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우옌씨는 상담 여성을 달래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변호사에게 무료 법률 자문을 받아 해결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서울 다누리콜센터에는 필리핀·몽골·캄보디아·중국 등 출신의 상담사 47명이 3교대로 돌아가며 24시간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원들은 자기 국적의 국기가 펄럭이는 부스 안에서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상담사 역시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이다 보니 언어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술에 취한 남성이 베트남 상담사에게 다짜고짜 온갖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쏟아붓는 경우가 그렇다. 집을 나간 자신의 아내와 상담원이 같은 베트남인이라는 게 이유다.


상담원인 등흐엉(44·베트남)씨는 “적지 않은 상담사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먼저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이주 여성으로서 힘이 돼주고 가족 간의 오해가 있으면 통역 지원 등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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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콜센터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이주 여성의 원만한 한국 정착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폭력 피해 이주 여성에 대한 상담과 긴급지원도 하는 종합정보 전화센터다. 서울을 비롯해 수원·대전·광주·부산·구미·전주 등 6곳에서 운영되며 총 13개 언어로 상담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주로 상담하는 문제들은 ‘문화 차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46.9%)’ ‘각종 생활정보 문의(35.0%)’ ‘가정폭력 피해(11.1%)’ 등이다. 최근에는 생활정보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출산 때 간호사나 의사가 호흡 조절에 대해 설명하면 한국말이 서툴러 이해가 어렵다”며 의사·상담사·내담자 간 실시간 통역을 부탁하거나 “고향 생각이 간절해 베트남 과일을 먹고 싶은데 어디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식이다.

서울센터에서 선임 상담원으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중국 출신 귀화자 홍진희(51)씨는 “사소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주 여성 대다수가 나이가 매우 어리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아 작은 질문까지도 허투루 대답할 수 없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조성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경영기획실장은 “오는 2020년에는 다문화가족 100만 시대가 열리는 만큼 현물·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생활밀착형 고민을 해결해주는 창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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