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고서치는 지킨다" 트럼프의 승부수

민주, 대법관 인준 무산시키려 '필리버스터' 강행 나서자

의결 정족수 60명→51명 낮추는 '핵옵션' 카드 공개 주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 후보의 마지막 인준절차인 상원 본회의 표결이 정권의 명운이 달린 공화당과 민주당 간 한판승부의 장이 되고 있다.

민주당이 고서치 후보자의 인준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요건을 채우고 이를 강행하려 하자 백악관은 최후 수단인 ‘핵 옵션’을 공개 주문하고 나섰다. 핵 옵션은 인준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60명에서 과반인 51명으로 낮추는 규칙 개정으로 공화당이 핵 옵션 카드를 꺼낼 경우 의회는 대화와 타협 대신 농성 등 실력대결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3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고서치 대법관 후보의 인준을 위한 상원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이 핵 옵션을 쓰는 것에 대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독려했다. 이날 미 상원 법사위원회가 고서치 후보의 청문회 결과에 대해 ‘긍정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찬성 11표, 반대 9표로 채택함에 따라 고서치의 대법관 임명은 7일 상원 본회의 표결만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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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핵 옵션에 따른 정국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1호 법안으로 야심 차게 추진한 ‘트럼프케어’ 입법이 실패로 돌아가고 반이민 정책과 국경세 도입 등이 줄줄이 좌초될 처지인데다 고서치 후보의 인준마저 의회에서 막힐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안 돼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고서치 인준 표결이 트럼프 정부 국정운영의 중대 고비라고 인식해 결사적으로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이나 ‘러시아 커넥션’ 의혹 등이 대법원 판단에 맡겨질 수 있어 고서치의 인준 표결은 여러모로 트럼프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셈이다.

미국 최고법원이자 대통령 탄핵 판결 같은 주요 논란의 최종 심판자 역할을 하는 미 대법원은 9명의 종신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데 현재 보수와 진보 성향 인사가 4대4로 팽팽히 맞서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대법관 후보를 지명했지만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대법관 인준을 대선 후로 미뤄 무산시킴에 따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새로 보수 성향의 고서치를 지명했다. 고서치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대법원은 보수 성향으로 기울게 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향후 국정운영에서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과반인 52명을 차지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로 표결을 무산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의원 수 60명에는 못 미친다. 민주당은 이날 필리버스터 ‘매직넘버’인 41번째 지지 의원을 확보하고 고서치 인준을 끝까지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표결 전까지 민주당을 최대한 설득하되 불발될 경우 핵 옵션 카드를 뽑아 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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