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단독]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순정’의 부활

■20여년 전 프랑스서 쓴맛 본 ‘순정’ … 서 회장, 저자극성 화장품 인기에 재출시

과거 실패 교훈 삼아

해외시장 재도전할 듯



‘분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1990년대 프랑스에서 사업을 철수할 당시의 심정을 서경배(사진)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이렇게 술회했다. 1988년 국내 최초의 저자극성 화장품으로 출시한 ‘순정’은 ‘순(SOON)’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에 출시됐지만 현지 여성의 화장 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진출로 외면 받았다.


서 회장은 현지 약국 진열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순’을 발견하고는 제품을 수거해 전량 소각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만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가능케 한다는 교훈을 남긴 실패였다.

서 회장이 프랑스에서 불태운 순정이 약 20년 만에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에서 부활했다. 스트레스와 환경 오염 등으로 저자극성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저자극 화장품의 ‘원조’였던 순정을 되살리기로 결정한 것.

4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에서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출시했던 ‘순정 라인’을 1일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순정 라인은 천연 유래 성분이 90% 이상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약산성으로 민감한 피부도 안심하고 바를 수 있는 저자극 제품이다.


1988년 무색·무향·무알콜을 내세워 출시된 무자극 화장품의 원조 ‘순정’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특징이다. 순정은 아모레퍼시픽이 1970년대 말부터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17개 대학병원 피부과 의사들과 공동으로 저자극성 화장품 개발을 연구한 끝에 탄생한 브랜드. 당시 국내는 물론 미국의 안전성 전문 연구 기관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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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뛰드하우스 측은 “에뛰드하우스의 주 고객층인 20대 여성들이 최근 미세먼지와 황사 등 환경 변화에 따라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순정의 기술력에 그 동안 축적된 민감성 피부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순정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는 다사다난한 스토리를 지닌 순정의 부활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순정이 에뛰드하우스를 따라 과거 실패했던 해외 진출 길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뛰드하우스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글로벌 5대 챔피언’으로 전략 육성 중인 브랜드로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에뛰드는 올해 글로벌 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시장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고 2020년까지 해외 매장을 현재 230개에서 50%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민감성 피부용 화장품 시장을 개척한 순정은 아모레퍼시픽의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아모레퍼시픽의 헤리티지를 고객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순’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에 진출한 순정은 오스카상 디자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순’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에 진출한 순정은 오스카상 디자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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