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3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 앞. 지하철에서 내려 담배를 피운 임모(37)씨는 꽁초를 버릴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쓰레기통은 없었다. 주변 흡연자들은 주저 없이 다 피운 꽁초를 바닥에 내던졌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었지만 눈여겨보는 이는 없었다. 임모씨도 슬그머니 바닥에 꽁초를 내려놓았다.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로 전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대형빌딩 뒤 이면도로나 술집 등이 몰려 있는 유흥가는 더욱 심각하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뒤편 골목은 점심시간만 지나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흡연자들이 떠난 자리에는 꽁초와 침, 일회용 종이컵들이 가득하다. IFC몰 인근 청소를 담당하는 한 환경미화원은 “아침과 점심시간에 쓰레기가 가장 심하다”며 “배울 만큼 배운 증권맨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담배꽁초 포함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지난해 10만9,868건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무분별한 담배꽁초 투기는 화재도 유발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담배꽁초 때문에 발생한 화재는 2014년 6,952건, 2015년 6,842건, 2016년 6,571건으로 매년 6,000건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로 발생한 사망·부상자는 2014년 7명·94명, 2015년 7명·76명, 2016년 10명·112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빗물받이 하수구에 꽁초를 버려 하수구가 막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지자체들이 매년 대대적인 하수구 정비작업에 나서는 이유도 담배꽁초 제거를 위해서다. 서울시 물재생계획과 관계자는 “지하철역 주변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수시로 정비작업을 해야 한다”며 “올해 빗물받이 하수구 청소 예산만 79억원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줄이려면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최재철 한국외국어대 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는 “한 명이 먼저 꽁초를 버리면 따라 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처럼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 쓰레기통은 1995년 7,607개였지만 종량제 실시 이후 2007년에는 3,703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현재는 약 5,600개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우보·박우인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