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청년·숙련창업' 양날개로 날자]일자리 창출+사회안전망 구축...두 토끼 잡는 숙련창업 키워야

<하> 치킨집 창업은 이제 그만

고령화사회 먼저 맞은 일본

국가적으로 숙련창업 육성

50세 이상 창업기업 비중 22%

기업이 퇴직자 창업지원 앞장

400여 벤처기업 탄생 이끈

노키아 '브릿지' 벤치마킹을

지난 2월 서울 학여울역 인근 세텍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해욱기자지난 2월 서울 학여울역 인근 세텍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해욱기자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 한파가 할퀴고 간 울산광역시. 신설법인수가 전년 대비 33개, 2.27%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인 도소매업 신설법인수는 오히려 27개, 14.8%가 늘었다.

이같은 울산의 모습은 한국이 처한 상황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위기에 몰린 조선업종에서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떠난 근로자들이 택한 호구지책은 손쉬운 자영업이었다. 이미 자영업 인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나 될 정도로 자영업 과잉 공급이 심각한데도 ‘치킨집 러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절반이 3년내 망하는 데도 말이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요식업 등이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한국경제의 특징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문화되고 준비된 숙련창업이 크게 부족한 한국에서 대규모 퇴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 국가가 된 한국은 단순히 경기 불황에 따른 실직자 증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50,60대의 실직 노령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50년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중은 37.4%로 OECD 회원국 중 일본, 스페인에 이어 세번째로 높아진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2014년말 현재 우리나라 고령인구 빈곤율은 48.8%로 OECD 주요 국가인 미국(20.6%), 영국(13.5%), 독일(8.4%)에 비해서 매우 높다.

고용시장에서 퇴출된 중장년층 중 그나마 창업여력을 보유한 이들은 생계형·비자발적 창업시장으로 떠밀려 유입되고 있다. 중·장년층의 숙련 기술창업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창업 생존율과 사업성과가 뛰어나고 근로소득 대체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숙련창업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는 창업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 팀장은 “구조조정과 고령화로 인해 유휴 숙련인력이 앞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창업에 보다 유리하다”며 “특히 이들이 창업시장을 통해 홀로 설 수 있다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은 본질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그에 합당한 일자리가 생겨나며 그 결과 경제강국으로 도약한다. 출시 초기만 해도 이상적 아이디어 취급을 받았던 아이폰은 IT(정보통신)산업 역사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세계 많은 나라가 창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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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일본은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일본의 창업정책은 생존율이 낮은 청년창업보다는 현장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의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창업정책의 방향이 숙련자, 고령자 지원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다.

이유는 일본의 사회구조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가파른 곳이다. 고령인구를 빼놓고서는 성장에 대한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본은 우리로 치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를 합친 부처인 후생노동성이 주축이 돼 고령자 창업정책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91년 11.5%에 머물던 50세 이상 창업기업 비중은 2015년 22.5%로 두 배 증가했다. 창업기업 대표자의 평균연령도 38.9세에서 42.4세로 올라갔다.

향후 한국의 숙련창업 지원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보다는 민이 앞장서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면서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말 현재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선진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지만 최근 8년 동안 총국가채무는 2배 늘었다.

창업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유사·중복 지원사업을 정리하는 등 세출 구조조정을 포함해 적극적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기업이 퇴사자들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종합컨설팅 업무) 같은 민간부문 역량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 노키아의 숙련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모범사례다. 휴대폰 사업부문의 경쟁력 악화로 약 1년 간 네 차례에 걸쳐 2만1,500여명을 감축해야 했던 노키아는 대상자 중 80% 인력들에게 자체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인 ‘브릿지’를 제공했다. 그 결과 핀란드에서만 총 400여개의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서 팀장은 “브릿지 프로그램은 사회공헌적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인력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노키아 자신들을 위한 전략이었다”며 “숙련창업은 민간기업이 자사 인력의 창업지원에 앞장서고 금융이 이를 뒷받침 하는 형태가 바람직해보인다”고 제안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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