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2030금융문맹 IIQ를 높여라] 겉핥기 교육에 젊은층 등돌려...실전 같은 모의투자 확 늘려야

<중> 주입식 교육으론 안된다

전공 대학생도 금융투자 한 번 안해보고 졸업

유대인은 어릴때부터 교육...20대엔 경제독립

'투자지능' 연계 소액투자 프로그램 등 마련을



20~30대층의 금융 문맹을 없애기 위해 관련 교육이 넘쳐나지만 대부분 주입식 위주여서 별로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이 얼마나 투자지능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된 사례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금융교육이 투자지능을 높일 수 있도록 참여·체험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와 관련한 교육은 각종 협회와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회사들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이나 출장 현장 강의 등 대부분 이론이나 주입식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간과 공간적인 문제가 큰데 주입식 교육으로만 이뤄지다 보면 자칫 금융지식을 익혀야 할 20~30대층이 등을 돌리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 프로그램은 넘쳐나는데 투자지능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투자체험이나 실전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체험형 교육이라고 해봐야 은행연합회가 포켓몬스터와 같은 게임을 응용해 금융교육에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자연스레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금융빅게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도다.


이외에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등의 금융투자교육은 주입식 강의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놓거나 학생·직장인·교사 등을 대상으로 출장 강의를 주선하는 정도다.

관련기사



금융감독원이 금융교육센터를 통해 온라인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투자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 위주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 당장 금융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금융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미래 잠재고객이라며 20~30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교육은 너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사회적책임·공익재단 등을 통해 금융투자 교육을 지원하고 있지만 온라인 교육은 대부분 동영상 강의이고 일부는 ‘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에러 메시지가 뜰 정도로 후속 관리를 게을리하고 있다.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은 “금융지식만을 제공하는 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공급자 위주의 교육에서는 금융지식을 투자 등의 행동으로 이어줄 세부적인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30대 금융 문맹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상생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투자 관련 지식이 부족하면 돈에 대한 개념이나 소중함, 관리방법 등을 몰라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4년 8,09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40%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경제금융 쪽을 전공하는 대학생마저도 금융투자 한 번 해보지 않고 졸업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실전에 가까운 모의 투자게임으로 체험하는 교육과정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부호인 빌 게이츠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남다른 경제교육을 받은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어린 자녀에게 돈은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철저히 교육하기로 유명하다. 실제 유대인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는 13세가 되면 일가친척들이 건넨 성인 축하금을 모아 자녀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7년간 자녀와 함께 다양한 투자를 경험하며 목돈으로 불려주고 자녀가 스무살이 되면 ‘독립자금’을 건네준다.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이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면서 생활하고 대학을 나와서도 금융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풍경이다. 한 글로벌 금융회사는 5,000달러 정도의 적은 돈으로 금융투자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투자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고객의 투자성향을 진단해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금융사가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후 승낙하면 그제서야 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와 같은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송 등이 거의 없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금융투자 교육은 가상으로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지만 교육을 주도하는 기관이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며 “금융투자 교육은 자산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유사수신 행위나 대박의 유혹에서 자산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 더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권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