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입맛 뚝…파란음식의 마법

<음식의 심리학>

■ 멜라니 뮐·디아나 폰 코프 지음, 반니 펴냄

파란색 음식 왕성한 식욕 낮추고

지글지글 소리가 고기 더 맛있게

다중감각·사회화가 식습관 좌우

"몸무게, 유전적으로 확정 돼"

다이어트 필요성도 '정면 반박'





눈앞에 놓인 스테이크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같은 스테이크도 어떤 색의 접시에 놓이는지, 누가 서빙하는지, 누구와 함께 먹는지, 레스토랑에 어떤 음식이 흐르는지, 메뉴판에 어떤 방식으로 스테이크의 맛과 원산지를 표현하고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그 이유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다중 감각이 동원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식의 심리학’의 저자 멜라니 뮐과 디아나 폰 코프는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은 그 자체로 ‘제2의 자아’”라는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의 말을 인용하며 인류 식습관의 배후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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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인간의 생애, 사회문화적 경험의 총아다. 태아는 양수를 통해 엄마가 가진 몇몇 식습관과 선호음식을 향료 성분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우리의 식습관은 특정 음식문화 안에서 형성된 사회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생후 18~24개월에는 선천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두드러지는데 이때 가족들의 식성이 영향을 미친다. 반복된 노출 효과로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감으로 음식을 소비한다. “미각에 시각적 인지가 유난히 큰 영향을 미치는 탓”에 빨간색 그릇, 파란색 음식이 식욕을 낮추고 지글지글 소리가 암시자극 역할을 한 스테이크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심지어 남미 보사노바의 음악을 틀어줬을 때 초콜릿을 시식한 사람들이 초콜릿 값으로 10%를 더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외부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는 인간의 식습관 덕분에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발달했다. 그냥 초콜릿 대신 벨기에 초콜릿이라는 표현만으로 고급스러운 맛을 떠올리는 ‘점화효과’ 비싼 와인이 맛있다고 믿는 ‘플라시보 효과’ 금지할수록 더 먹고 싶은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죄의식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는 길티 플레저라는 말도 있다) 바이오 인증 하나만으로 평균 45%를 더 지불하는 ‘피트니스효과’ 등이 그 예다.

온갖 종류의 식이요법을 시도해본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구석기 다이어트, 저탄수화물 식이요법, 해독주스 같은 각종 식이요법의 파도에 휩쓸릴 필요가 없다. 건강한 몸은 해독할 필요가 없고 몸은 매일 밤낮으로 정화작업을 가동한다는 것. 다이어트에 대해서도 “사람들 대부분은 유전적으로 확정된 몸무게 범위를 가진다”는 심리학자 트레이시 맨의 ‘음식 실험실의 비밀’ 책 구절을 인용하며 모든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정크푸드를 선호하는 이유도 필연적이다. 건강에 좋지 않은 맛은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치솟게 해 기분전환을 해준다. 태아는 엄마 뱃 속에서도 양수가 달 때 더 많은 양을 마신다고 하지 않는가.

흥미로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은 연재 칼럼을 모아 놓아서 그런지 수준 높은 독자들의 요구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글이 다른 책의 구절이나 연구결과를 소개하다가 결론을 맺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듯한 형식 탓이다. 가령 절대미각이 유전의 결과인지, 다이어트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은 흥미로운 주제지만 두꺼운 옷만 마구 긁어댄 듯 보풀만 일으키고 마무리 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음식과 사회 관계, 메뉴와 인간 심리 등을 연결시킨 발상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일독의 가치는 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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