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깡패동원'논란 46년전에도 있었다..되돌아본 네거티브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 김대중에 '깡패동원' 의혹 제기

올해 대선서는 문재인측이 안철수에 '깡패' 공격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맞붙은 1971년 대통령선거의 벽보. 이 당시 박 대통령측은 김대중 후보에 대해 ‘깡패동원’ 의혹을 제기했다.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맞붙은 1971년 대통령선거의 벽보. 이 당시 박 대통령측은 김대중 후보에 대해 ‘깡패동원’ 의혹을 제기했다.





각당의 경선이 마무리되고 대선 본선이 개시되면서 각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서로를 물어뜯고, 군소후보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네거티브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약점을 부각시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선거전략이다. 참신한 정책과 소신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보다 상대방 끌어내리기에 골몰하다보니 ‘정치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0여일 남은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사례를 살펴봤다.

▲7대 대선, ‘지역감정’에 기대 승리한 박정희

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네거티브는 박정희 공화당 후보와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대결을 벌인 1971년 7대 대선에서 나왔다. 선거일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의 공세가 거세지자 영남에선 갑자기 “호남에서 영남인이 만든 물품을 불매하기로 했다”는 전단지가 나돌았다.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유발한 것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영호남 지역갈등은 한국 정치를 지배한다.

‘깡패 동원’ 논란은 이 때도 등장했다. 유세장에서 김대중 후보의 경호원과 경찰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김 후보 주변에 깡패집단이 서성이고 있다”는 말들이 퍼져나갔다. 현재는 김대중를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에 대해 ‘깡패’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6년이 지나 공수가 뒤바뀐 셈이다.


▲14대 대선, ‘빨갱이’논란으로 점철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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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민자당), 김대중(민주당), 정주영(국민당) 후보가 맞붙었다. 선거 초반 “ ”상호 비방을 피하고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공염불이었다.

김영삼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 색깔론 공세를 폈다. ”김대중 후보가 북한의 노선을 답습하고 반미투쟁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정주영 후보에 대해서는 ”“현대계열사가 지역 주민들에게 공중전화카드를 뿌리고 다닌다”며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김대중 후보는 김영삼 후보에 대해 “관권의 보호를 받으며 뛰고 있다”며 관권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했다. ‘새대가리’라는 공격도 했다. 결과는 김영삼의 ‘승’

▲한국보다 한술 더뜨는 미국.. ‘바보’, ‘사기꾼’까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명인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선거전에서 ‘무신론자’ ,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겁쟁이’,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었다. 반편 제퍼슨 진영에서는 반대편인 애덤스 대통령을 ‘바보’, ‘범죄자’라고 불렀다.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마크는 저서 ’네거티브 전쟁‘ 에서 “당시 상호비방전은 훗날 익술해질 네거티브 전술의 원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공화당)과 존 케리(민주당)이 맞붙은 2004년 미국 대선은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꼽힌다. 특히 부시 진영은 후보인 부시는 뒤로 물러난 채, 딕 체니 부통령을 앞세워 케리를 공격했다. 체니 부통령은 “케리는 테러에 대한 전쟁이 과연 대대적인 전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케리의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함으로써 집토끼(보수) 결집에 나선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종북’, ‘반미친북’ 논란을 일으켜 좌파 후보를 공격하는 것과 유사한 수법이다.

광고를 통한 네거티브도 미국의 특징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부시는 총 4만9,050건의 네버티브 광고를 했다. 전체 광고의 7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케리는 전체 광고의 27%에 해당하는 1만3,336건의 네거티브 광고를 했다. 부시 대 케리의 승부는 ‘부시;의 재선으로 막을 내렸다.

▲네거티브 득실은 ‘케바케’(CASE BY CASE)=정치컨설턴트와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철호, 김봉신은 최근 출간된 ‘네거티브 아나토미’에서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정책 대결만 하겠다’는 태도는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거없는 흑색선전이 아닌 7할의 사실과 3할의 진실에 기반을 둔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선전”은 정당한 네거티브라는 것이다.

이들은 네거티브를 위해 ▦후보 대신에 네거티브를 해줄 훈련받은 저격수의 존재 ▦무정형의공격 수법을 사용할 것 ▦쉬우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 사용 ▦정밀하게 타격하라 ▦공격을 계속 이어가라 등의 원칙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공격이 ‘정당한 네거티브’인지, ‘흑색선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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