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적어도 올해의 4분의1이 지난 지금까지는 말이다.
특히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3일까지 서울 강남구가 0.43% 상승했고 서초구는 0.47%, 송파구는 0.37% 올랐다.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0.04%)의 약 10배다.
중도금 대출 규제, 미국의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조기 대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등 악재가 많은데도 부동산 시장은 우상향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종료돼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단지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도 가격에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얻는 이익이 주변의 평균 시세와 비교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과열된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이 주목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예기간 3년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보면서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지어진 지 30~40년이 지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실소유주의 거주 비율이 높지 않으며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경우가 많다. 급하게 재건축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둘째는 재건축의 사업성이 높고 재건축 이후 신축 아파트로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을 감안해 이 제도가 적용돼 부과금을 내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S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1인당 재건축 초과이익은 19억4,986만원으로 추산되며 부담금으로 9억3,993만원을 내더라도 10억원이 남는다.
이럴 경우 당초 강남 아파트값을 잡을 ‘마법의 방망이’로 도입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내년에 재차 시행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2006년 9월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2013년 유예되기 전까지 단 163명에게 22억원이 부과된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이 제도가 실시된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무려 25.2% 올라 집값 억제 효과가 미미했다.
그렇다면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강남 지역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부 투기적 요소도 있겠지만 우수한 교육 여건과 주거 환경 요인이 더 크다. 강남 거주자에게 유리한 교육 제도를 손질하고 다른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면 강남 선호 현상이 낮아지고 아파트 가격도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을지 모른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시행 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볼 때다.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