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먹거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가장 싸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는 아직도 스낵이 첫손에 꼽힌다. 그러다 보니 스낵업계에서는 빙그레 ‘꽃게랑’, 농심 ‘양파링’, 오리온 ‘포카칩’, 롯데제과 ‘꼬깔콘’ 등 장수하는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유독 많다. 어린 시절 한번 입맛을 길들이면 어른이 될 때까지 수십 년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보수적인 시장도 아니다.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에서도 확인했듯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유행으로 번지기도 한다.
오리온의 ‘꼬북칩’은 최근 신제품 가운데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잘 맞는 스낵이다. 오리온 60년 역사에서 연구·개발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4겹 과자이기 때문이다.
4겹 과자가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오리온 제품 개발팀은 지난 2009년 4겹 스낵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기술 검증을 할 만한 생산설비를 찾지 못해 2011년 중도 포기했다. 그러다 4겹 스낵 구현을 위한 원료배합비를 발견, 2015년 2월부터 재도전에 들어갔다. 전용 생산라인에서 제품 테스트만 무려 2,000회나 진행했을 정도다. 최근 일본 과자인 ‘에아리아루’와 비슷한 모양, 콘셉트 때문에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에아리아루는 4겹을 일일이 붙여서 만든 반면 꼬북칩은 하나의 사출구로 제조하기 때문에 기본 기술 자체가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자는 시중에 나온 ‘꼬북칩 콘스프맛’과 ‘꼬북칩 스윗시나몬맛’ 가운데 후자를 선택해 먹어봤다. 포장지에 거북이 캐릭터가 “우~와, 네겹”이라는 말머리와 함께 등장한 것부터 인상적이었다. 또 복잡한 수학 도표와 함께 과자 스케치에 ‘국내 최초 4겹 층층구조’라는 문구를 넣은 부분도 독특해 보였다. 포장지 곳곳에 넣은 영어 문구 때문에 국산 과자가 아닌 수입 과자 같은 인상을 줬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을 닮은 과자 모양이 여느 과자와는 뚜렷이 구분됐다.
4겹 과자다 보니 씹을 때 다른 과자보다 훨씬 두꺼운 질감도 느껴졌다. 과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씹는 듯 ‘와사삭’하는 씹는 소리도 특징이었다. 스윗시나몬맛이다 보니 시나몬 설탕을 뿌린 츄러스와 맛이 유사했다. 단 단맛이 꽤 강해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성인이라면 고소한 ‘꼬북칩 콘스프맛’을 권유하고 싶다.
오리온은 꼬북칩이 앞으로 초코파이, 포카칩에 이은 3번째 국내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감자·초코파이·예감·고래밥·자일리톨껌·큐티파이·스윙칩 등 1,000억원 연 매출 브랜드가 7개나 되지만 국내에서는 2012년 포카칩을 마지막으로 아직 메가 히트작이 배출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우선 성공을 꾀한 뒤 해외진출까지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출시 초기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