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영규 웰크론 회장 "작은 눈덩이로 눈사람 만들듯…경제빙하기 생존법은 투자"

[CEO&STORY]

힘든 시기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

위기 때 인재·기술에 과감히 투자

내실 다지며 성장…도약 기회 맞아

기능성 화장품 '셀미인' 론칭이어

색조 화장품까지 사업영역 키울 것

10일 서울 구로구 웰크론 본사에서 만난 이영규 회장이 이달 새롭게 선보인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셀미인’의 필라그린 라인 클렌저와 로션·크림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10일 서울 구로구 웰크론 본사에서 만난 이영규 회장이 이달 새롭게 선보인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셀미인’의 필라그린 라인 클렌저와 로션·크림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친 빙하기, 지구상의 최대 강자였던 공룡들은 하릴없이 쓰러졌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한 생물들만 살아남았다. 이제 공룡은 화석으로만 존재한다. 힘든 시기를 맞닥뜨렸을 때는 큰 자가 강한 자가 아니라 잘 헤쳐나와 생존한 자가 강한 자라고 평가받는다.


10일 서울 구로구 웰크론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영규(59·사진) 회장은 최근 기업이 마주한 환경을 빙하기에 빗대며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최근 경기가 어려워 기업의 위기이자 경제 빙하기라고들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원가나 품질 또는 기술 연구개발(R&D) 등 뚜렷한 경쟁력을 무기 삼아 투자를 확대해야 오히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웰크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규 직원을 20명 넘게 뽑았다.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과 다른 행보다. 이 회장은 “남들이 안 뽑을 때 채용을 진행하면 평소보다 실력 있는 인재를 더 많이 데려올 수 있다”며 “위기가 곧 기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웰크론그룹의 계열사인 웰크론헬스케어에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셀미인(CELLMIIN)’을 새롭게 선보였다. 천연 원료와 인체 친화적인 기능성을 접목한 화장품으로 민감성 피부와 문제성 피부로 고생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로 한방 성분을 생리대에 접목한 예지미인 한방 생리대를 개발하면서 축적해온 천연식물 활용 노하우와 웰크론의 나노 소재 기술을 합쳤다. 이를 시작으로 기능성 마스크팩과 색조 화장품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이 이같이 투자에 적극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 위기는 언제나 찾아왔고 그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성장의 기회로 삼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직전이었다. 해외에서 웰크론(당시 은성코퍼레이션)의 극세사 클리너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주문량이 증가했다. 생산시설 확장과 공장 마련이 시급했는데 자금이 모자랐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전이다 보니 은행 대출은 어려웠다.

이 회장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한 은행에 찾아가 1시간이 넘도록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지점장을 설득했다. 가까스로 대출을 받아 공장을 인수했고 이후 해외 전시회를 뛰어다니며 바이어들을 찾아다녔다. 공장을 늘리는 그를 보며 주변에서는 걱정을 쏟아냈다. 한 달 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공장 부지 비용과 기계수입비·통관비 등 외화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이 2배로 올랐다.


그때 위기에서 회사를 구한 것은 신규 설비를 활용해 개발한 상품들이었다.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수출물량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7년 28억원이던 매출은 1년 만에 3배 증가한 88억원에 달했다. 그는 “그때 미리 투자를 해놓지 않았으면 지금의 웰크론그룹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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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의 연매출을 바라보며 앞을 향해 달려가던 중 2년 뒤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 당시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특별히 중소기업의 ‘부품 소재 기술개발’ 지원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던 반도체용 와이퍼를 개발하려고 해당 사업에 대해 신청했지만 섬유업종은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에 선정되기가 어려웠다. 정보기술(IT) 붐이 일던 때인 만큼 IT 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 그쪽 분야로 투자가 주로 이뤄졌다. 그는 섬유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심사위원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섬유산업의 개발 가능성과 기술연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IT 기업들이 받은 투자의 5분의1 수준이었다.

이때도 이 회장은 투자를 감행한다. 서울 구로에 신사옥(현재 웰크론그룹 본사)을 짓고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시설의 오염 제거에 사용되는 클린룸용 와이퍼 개발에 착수했다. 3년 만에 해당 상품 개발에 성공한 후 재무구조와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2003년 코스닥에 상장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때부터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자금조달도 수월해져 성장의 상승세를 탔다. 이어 0.1~0.2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 이상 여과할 수 있는 부직포형 초고효율 필터 국산화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섬유사업에 그치지 않고 2010년에는 멤브레인 필터 기업인 웰크론한텍(076080)과 산업용 스팀보일러 생산기업인 웰크론강원(114190)을 과감히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두 계열사는 발전에너지 사업에서 상호 협력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의 선제적 투자 전략은 오는 2022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그는 “세 번째 위기이자 기회는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5년 후인 2022년까지 매출 2조원, 이익 2,000억원, 시가총액 2조원 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소재 개발부터 글로벌 유통까지 아우르며 신기술 개발과 국내외 유통망 확장에 주력해 2,000억원대인 매출을 내년에 5,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화장품 사업뿐 아니라 △방탄·방검복과 같은 슈퍼섬유 △고효율 필터와 같은 나노섬유 △환경·인체 친화적인 섬유 등 첨단 산업용 섬유의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기능성 침구와 보일러·플랜트 사업의 내실도 다진다는 복안인 것이다.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 작고 단단한 눈덩이를 만드는 것이 힘듭니다. 대신 한 번 만들면 그다음부터는 굴리기만 하면 크기가 금세 불어납니다. 웰크론그룹은 올해까지 기초가 되는 작은 눈덩이를 만들어내고 내년은 사업이 크게 커지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이영규 회장은…

△1959년 서울 △1978년 영동고등학교 졸업 △1985년 한양대 섬유공학과 졸업 △1992년~ 웰크론 대표이사 △2007년~ 웰크론헬스케어 대표이사 △2007년~ 한국패션소재협회 회장 △2008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이사 △2010년~ 웰크론한텍·웰크론강원 대표이사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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