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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 남태현·엘조·장현승, 탈퇴로 이끈 꿈…자유만큼 커진 기대

아이돌그룹의 멤버 탈퇴가 배신으로 읽히던 시대는 갔다. 이제 탈퇴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가리킨다. 그룹에서 탈퇴한 남자 아이돌 세 명이 최근 홀로서기를 위한 기지개를 켰다. 前 멤버들과 같은 꿈을 꿨던 이들이 무슨 이유로 다른 꿈을 꾸게 됐을까. 그룹이라는 울타리이자 굴레를 벗어난 남태현, 엘조, 장현승은 각자 다른 앞날을 그리고 있다.

먼저 남태현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위너로 데뷔했다. Mnet 예능프로그램 ‘WIN’에 출연,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쳐 비로소 가수가 됐다. 이후 ‘고백하는 거야’, ‘사랑하지마’, ‘센치해’, ‘베이비 베이비’ 등 자작곡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드러냈다. 온라인 음원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보다 자유로운 형식의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남태현인스타그램, 티오피미디어, 큐브엔터테인먼트/사진=남태현인스타그램, 티오피미디어, 큐브엔터테인먼트


남태현은 지난해 11월 건강 문제를 이유로 위너에서 탈퇴했다. 이미 몇 달간 활동 중단 상태였지만, 공식적인 탈퇴 소식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도 종료됐다. 이후 남태현은 간간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물과 자작곡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음악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뜻이 맞는 뮤지션들과 사우스클럽이라는 밴드를 결성,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게릴라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업자 등록증 일부를 공개했다.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선언한 것. 사우스바이어스클럽이라는 법인명과 대표자에 자리한 남태현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해당 법인은 음악·오디오물 관련 사업체. 그만의 개성이 담긴 음악이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엘조는 2010년 틴탑으로 데뷔했다. 이후 비정규앨범과 정규앨범을 합쳐 20장 가까운 음반을 발매하며 음악 활동을 주로 해왔다. 계약 기간이 1년여 남은 지난 2월, 재계약을 선택한 다른 멤버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소속사 티오피미디어가 매니지먼트 제공을 불이행했다며 전속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 소속사에 의해 분쟁 조정신청이 접수됐고, 법정에서 쟁점을 가릴 준비를 하는 중이다.

동시에 엘조라는 예명 대신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병헌(본명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배우 활동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는 틴탑 시절 웹드라마 ‘요술병’ SBS ‘딴따라’에 출연했다. 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에서 일본 배우 사쿠라바 나나미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연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탈퇴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 지점이다.


근황 역시 연기를 통해 전했다. 지난달 29일부터 4월 2일까지 극단 배우다방의 창작극 ‘공장장 봉작가’에 출연했다. 인스타그램에 동료 배우들의 사진을 올리고 홍보도 했다. 여기에 무보수로 출연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화제가 됐다. 이후 새 드라마 촬영에 돌입, 16부작 사전제작 드라마 ‘우리 동네’에 임하는 중이다. 함께 출연하는 김가연의 인스타그램에 엘조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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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사례와 다르게 홀로 소속사에 남은 가수가 있다. 前 비스트 멤버 장현승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비스트에서 먼저 탈퇴했다. 멤버들 간의 불화설과 불성실한 태도 등 여러 논란을 낳던 중 탈퇴가 결정됐다. 이후 남은 멤버들이 5인체제로 비스트를 유지했다. 비스트는 새 앨범을 발표했고, 장현승은 Mnet ‘힛 더 스테이지’에 출연하며 각자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5인 멤버들은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하는 대신 독자적 레이블 설립했다. 예전 그룹명 비스트 대신 하이라이트라는 새 이름을 선택했다. 비슷한 시기, 큐브 측은 “비스트 원년 멤버인 장현승이 다시 비스트로 복귀해 3인조로 재결성 한다”고 밝혔다. 먼저 탈퇴한 장현승이 비스트로 복귀한다니,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장현승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고 단호히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하이라이트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과 달리 장현승은 비교적 조용했다. 지난해 12월 소속사 가수들과 크리스마스 시즌송을 발표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일 발표된 오예리의 신곡 ‘디스 이즈 러브’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남태현처럼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뮤지션으로서 행보를 걷고 있다.

몇 년을 동고동락했던 멤버들과 전혀 다른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팬들이 한 순간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탈퇴를 결정했다. 각자 목적하는 바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남태현과 장현승은 팀의 음악이 아닌 자신의 음악, 엘조는 연기 활동을 우선 가치로 뒀다.

그룹에 속해있으면서 솔로나 유닛으로 활동하는 가수들도 많다. 탈퇴라는 모험을 하지 않고서도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그럼에도 그룹을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그룹명에 속박되지 않고 스스로의 분야를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다. 본인이 아이돌의 옷을 벗은 만큼 이후의 실력은 각자 증명해야 한다. 얻게 된 자유만큼 늘어난 기대, 보란 듯이 충족해낼 수 있을까. 세 사람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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