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휴]살랑이는 봄바람...흩날리는 벚꽃비...설레는 春心

서울 벚꽃지도

기온차로 강남북 개화시기 달라

남쪽 양재천서 북상한 벚꽃행진

여의도 공원·남산 순환도로 거쳐

청와대 뒤편 창의문서 절정 이뤄

과천경마장 초입부터 이어지는

1㎞ 구간 연분홍 꽃터널도 장관

경마장의 벚꽃터널은 입구에서 300m쯤 들어가면 로터리에 세워진 말 동상에서 시작해 경주마사 입구, 실내마장에 이르는 총 1㎞ 구간이다.경마장의 벚꽃터널은 입구에서 300m쯤 들어가면 로터리에 세워진 말 동상에서 시작해 경주마사 입구, 실내마장에 이르는 총 1㎞ 구간이다.


여행기자가 제대로 된 벚꽃구경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벚꽃은 개화(開花) 시간이 짧은 데다 조금 일찍 정보를 전달해야 독자들이 만개한 꽃구경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벚꽃 취재를 떠나지만 현장에 당도해보면 언제나 벚꽃은 피기 전이다. 벚꽃의 개화 시기에 마음을 졸이기는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벚꽃축제 일정을 잡아놓아도 그때에 맞춰 꽃이 핀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벚꽃으로 한 철 수입을 바라는 어떤 지자체는 벚나무 아래 흙에다 발화 촉진제를 뿌리기도 한다. 벚꽃의 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도 도호쿠(東北) 지방의 벚꽃은 유명하다. 한 번은 그 도호쿠의 벚꽃을 취재하러 갔는데 겨울이 채 가시지 않아 벚나무에 꽃은 없고 앙상한 가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올봄에는 피어난 벚꽃을 본 후에야 기사를 쓰리라고 결심을 했다. 그리고 2주 전부터 거의 매일 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아침저녁으로 벚꽃을 체크했다.

지난 9일, 양재천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가지들에 벚꽃이 팝콘처럼 폭발했다. 분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탄천 미금교 부근에서 시작하는 벚꽃의 대오(隊伍)가 마침내 북으로 향했다.지난 9일, 양재천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가지들에 벚꽃이 팝콘처럼 폭발했다. 분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탄천 미금교 부근에서 시작하는 벚꽃의 대오(隊伍)가 마침내 북으로 향했다.


뉴스에서는 2주 전부터 벚꽃 화신을 전했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벚꽃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이번주 초부터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15일간의 관찰로 알게 된 것은 넓지 않은 서울에도 남북 간의 기온 차가 존재하다는 것. 그 미묘한 온도 차이에 의해 강남과 강북의 개화시기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4월 첫째주 말 찾았던 청와대 뒤편 창의문 근처의 벚나무는 가지 끝이 메말라 있었는데 남쪽 양재천 변에는 벌써 한두 송이씩 꽃잎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9일 양재천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가지들에 벚꽃이 팝콘처럼 폭발했다. 성남시 분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탄천 미금교 부근에서 시작하는 벚꽃의 대오(隊伍)가 마침내 북으로 향한 것이다. 개천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 행진은 나뭇가지에서 방사형으로 치솟는 눈꽃을 연상시킨다. 고갱이의 연분홍이 찬란한 벚꽃들은 탄천을 따라 분당에서 북상하고 여세를 몰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그리고 서울 강남구 자곡동과 수서를 거쳐 삼성동을 빠져나와 한강에 당도한다.


탄천의 개화에 힘을 얻어 이튿날 월요일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 전 새벽부터 차를 몰아 숨겨진 벚꽃 명소 과천경마장으로 향했다. 경마장 초입부터 이어지는 1㎞ 구간에도 드디어 벚꽃들이 망울을 터뜨렸다. 경마장의 벚꽃터널은 입구에서 300m쯤 들어가면 로터리에 세워진 말 동상에서 시작해 경주마사 입구, 실내마장에 이르는 총 1㎞ 구간이다. 외길을 따라 끝까지 가서 맞닥뜨리는 통제구역에서 멈추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더욱 풍성한 벚꽃 가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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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꽃소식을 듣고 찾아온 상춘객들로 붐볐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은 지난 8~12일 벚꽃축제를 개최했지만 개화 상태로 보아 벚꽃은 이번주 말까지 만화방창(萬化方暢)한 봄기운을 이어갈 태세다.



여의도의 벚꽃도 기세가 등등하다. 여의도에는 제주가 원산지인 왕벚나무 2,000그루가 섬 둘레를 감싸고 꽃을 피운다. 올해로 열두 해를 맞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언제나 그렇듯 북새통 속에 지나갔다. 각설이 엿장수의 호객소리와 포장마차에서 흘러나오는 시끌벅적한 음악에 묻혀 축제는 끝났지만 뒤늦게 발동이 걸린 벚꽃의 향연은 아직도 한동안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북진한 벚꽃의 행진은 남산 고지를 점령했다. 벚꽃은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시작하는 순환도로를 시작, 하얏트호텔을 거쳐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4㎞ 구간과 소파길·장충단길 등으로 이어지며 남산을 포위했다.

이렇게 그려지는 서울의 벚꽃지도는 청와대 뒤편 창의문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일대 구릉들은 해마다 4월이면 왕벚꽃 외에 산속에 자생하는 산벚꽃으로 하얗게 뒤덮인다. 창의문을 지나 도롱뇽이 살고 있는 백사실 계곡 쪽으로 향하다 보면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찍었던 카페에 이르는 길 양쪽으로 산벚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다음주 말쯤이면 계절의 무게를 못 이긴 나무들이 털어낸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휘날려 산길을 뒤덮을 것이다. /글·사진=우현석객원기자

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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