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업과 도소매업에서 취업자가 많이 늘었다. 건설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만명 이상 급증해 증가세를 주도했다. 재건축 활기 등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도소매업에서도 취업자가 11만6,000명 늘었다. 반면 주력 산업인 제조업 상황은 여전히 빙하기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8만3,000명이나 줄어 9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도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1.3%로 1년 전에 비해 0.5%포인트 개선됐다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고용시장에 봄이 찾아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최근 전해진 소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제조업 중심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물었더니 4곳 중 1곳가량이 채용일정이 아예 없거나 지난해보다 줄이기로 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기업 문이 좁아지자 공무원시험만 북새통을 이루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는 역대 최다 인원이 원서를 냈고 응시율도 5년 새 최고를 기록했을 정도다. 고용시장의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꿈틀대는 고용 불씨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제조업으로 온기가 퍼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규제를 틀어쥔 채 재벌개혁만 외쳐서는 투자도 일자리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