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파이낸셜 포커스] 국회에 묶인 4%룰 때문에…인터넷銀 고객이 '조마조마'

● 돌풍에도 웃지 못하는 케이뱅크

증자 급한데 은산분리 규제 '발목'

연말께 BIS비율 경고수준 도달

고객 이탈·혁신 제동 우려 커져



지난 3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돌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4%룰(의결권 기준)’ 때문에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야 할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다. 20~30대 중심으로 대출이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법상 제약으로 증자할 길이 막혀 연말께 자기자본비율(BIS)이 위험 수준인 10% 밑으로 급락할 수 있어서다.

12일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케이뱅크 출범 4일 동안 12만개의 계좌가 개설됐는데 이는 시중은행 17개가 1년간 개설한 14만4,000개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여신(대출)이 예상보다 훨씬 늘어나면서 증자도 애초 계획보다 빨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초기 돌풍이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께 케이뱅크의 BIS가 10%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S는 대출 등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자본금은 그대로인데 여신이 늘어나면 비율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BIS는 14.92%다. 케이뱅크의 BIS가 10%로 떨어진다면 시중은행보다 훨씬 낮아져 케이뱅크 고객의 불안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도 케이뱅크 출범과 함께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재무건전성 이슈가 연내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재무 상태나 영업 상황 등에 대한 밀착점검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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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2~3년 후 2,500억원을 추가 증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일정을 훨씬 앞당겨 증자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당초 대출 4,000억원, 예금 5,000억원을 올해 목표로 세웠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를 훌쩍 넘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문제는 케이뱅크가 증자를 하고 싶어도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해놓았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가 산업자본으로 분류돼서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관련 법안이 5개나 계류 중이지만 1년 가까이 진척이 없는 상태다. 올 들어서만도 관련 상임위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인터넷은행으로 한정하고 감시장치를 두자는 특별법까지 발의돼 있지만 역시 진척이 없다. 케이뱅크의 한 관계자는 “2,500억원을 증자하려 해도 대주주인 KT가 250억원 이상 넣지 못한다”며 “지금부터 주주들과 협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연내에 하려면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규모 증자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면 소비자들의 호응과 달리 법적 규제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성장이 일정 단계에서 멈추게 되는 셈이다. 인터넷은행의 도입 목적인 금융혁신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케이뱅크의 건전성 위험은 늘 상존하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오는 5월 대선 이후 국회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 이슈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흥록·정영현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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