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술·도박에 빠져...비틀거리는 청년들

작년 도박중독 진단 받은 환자

20~30대 젊은층이 70% 차지

우울·스트레스는 음주로 해결

알코올 의존 대학생 16% 달해



대전에 사는 학원강사 유모(31)씨는 주말마다 강원도 정선으로 향한다. 강원랜드 카지노까지 약 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꼬박 1년간 다녔다. 처음에는 비정규직으로서의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시작했는데 점차 중독 증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친구와 다퉈 헤어졌다. 이후로는 카지노 출입 횟수가 더 늘었고 평일에 카지노에서 밤을 새우고 출근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직장까지 잃었다. 자살까지 결심했던 유씨는 얼마 전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취업이나 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청년들에게 도박과 알코올 중독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우리 사회 생산의 주력인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대책이 긴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지노·경마·복권 등 도박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층이 크게 늘어났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에서 ‘도박 중독’ 진단을 받은 환자는 총 1,113명으로 3년 사이 48.2%나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했다. 연령별 진료인원은 30대가 37.2%(422명)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20대 32.5%(369명), 40대 13.7%(15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4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도박 중독률은 5.4% 수준으로 20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박에 중독되더라도 대부분이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박 중독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평원은 “불안과 우울 같은 환경적·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도박에 중독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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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20대들이 불안과 우울·스트레스를 음주로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대학생의 우울, 대처 동기, 음주 문제의 관계:자가처방가설의 검증’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성 경향을 보인 대학생의 비율이 전체 503명 가운데 16.3%에 달했다.

연구팀이 우울과 대처 동기, 음주 문제 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 우울할수록 그런 상황에 대처하려는 동기가 유의미하게 높았고 이런 대처 동기가 높을수록 음주량과 빈도, 의존 증상 등 음주 문제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음주 습관의 동기 중 하나로 우울함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일수록 대내외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술과 도박·성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인관계를 넓혀나가는 방법도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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