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005940)·NH농협은행 등 NH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8,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만들어 해외 발전, 대형 오피스텔 등에 투자한다. 인프라 펀드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NH농협금융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 확대 기조에 맞춰 인프라에 대체투자의 무게중심을 둔다는 계획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인프라 펀드의 투자처를 해외로 넓혀 8,000억 원까지 키우고 수요가 있다면 이보다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SOC 투자 수요가 늘고 있어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 계열사들은 오는 5월까지 3,000억 원 규모로 인프라 펀드를 조성한 뒤 연말까지 8,000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은 투자은행(IB)최강자인 NH투자증권 뿐 아니라 여윳돈이 100조 원 이상인 농협중앙회가 있고, 기업여신에 강한 농협은행 등이 기업금융(CIB)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어 투자의 규모와 질에서 기존 IB들과는 차원이 다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CIB 협의를 통해 계열사가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자금을 투입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농협을 다시 보고 투자 물건을 제안하고 있어 인프라 펀드 이외에도 중장기적으로 20여 건의 프로젝트펀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8,000억원의 펀드 자금은 농협중앙회와 농협 상호금융 중앙회를 중심으로 NH투자증권,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등 계열사들이 함께 설정하게 된다. 펀드 운용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 맡기로 했다.
펀드의 형식은 투자처를 확정하기에 앞서 자금을 마련 한 뒤 우량 투자처에 돈을 투입하는 블라인드 펀드다. 구조는 모자(母子)펀드로 외부투자자와 공동으로 별개의 프로젝트 펀드에 투자하고, 해당 개별 펀드는 고수익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식이다. 투자 방식은 계열사들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발급 받은 후 적정 물건을 매수하면 계열사별로 필요자금을 요청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 형식이다.
이미 투자 후보군도 선별 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SOC 확대에 따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의 SOC 건설 투자건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는 새만금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은 최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투자 수요가 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과 시공능력이 문제다”라면서 “국내 투자자가 건설사와 합작으로 현지 업체와 SPC(특수목적회사)를 세운 뒤 자금을 투입하거나 보증을 지원하고 현지 업체를 포함 시켜 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구조로 투자가 이뤄졌던 사례는 북미 지역 최대 태양광 발전 사업인 알라모 태양광 발전소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풍력·태양광 발전소 건설 등이 꼽힌다. 그 동안 산업은행이 자금 투입을 도맡아왔지만 향후 NH금융 역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주체로 나설 전망이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부터 해외 대체 투자 확대에 적극적이다. 올해 1월에는 농협중앙회,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등이 미국 뉴욕주에 새롭게 건설 중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크리켓밸리에너지센터에 총 2억 달러(약 2,340억 원)를 투자하는 약정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호주 시드니의 울워스 본사 사옥을 3,300억 원에 매입했다. 연 5~7%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농협중앙회 목표수익에 부합한 만큼 이번 블라인드 펀드 설정과 운용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단위조합의 돈을 예탁금 형식으로 받아 운용하는 중앙회는 그 동안 국공채에 투자해 양호한 수익을 거뒀지만 저금리시대에 새로운 투자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발전소가 노후화되면서 교체 수요가 높은 데다 투자에 참여하고 운영권을 따내면 단기간 고수익은 아니지만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농협 중앙회 등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많은 곳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임세원·송종호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