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중에는 내신과 수능 중 한 분야만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고1, 고2 때 성적이 좋지 않은 수험생일수록 중간고사를 목전에 둔 이맘때면 내신은 포기한 채 수능에만 ‘올인’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전문가들은 이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수시 여섯 번의 기회를 써보지도 못하고 놓칠 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지원 가능한 대학의 선택지가 줄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입시전형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파악한 뒤 향후 수능과 면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내신 대비를 하는 것이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내신은 수능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을 갖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내신과 수능에서 측정하려는 내용의 핵심은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개념이므로 내신 관리가 철저할수록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서도 내신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 소장은 “학생들이 학생부교과전형에서만 내신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입시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 착각에 불과하다”며 “정부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낮거나 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학업 역량과 학업 성취도를 기본으로 설정한 경우가 많은데 학업을 평가할 수 있는 대표 지표는 내신 성적이다. 가령 생명공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생물과 화학 과목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학생부종합전형이더라도 학업 역량과 성장 가능성은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
수시·정시 기회 잘 활용하려면 ‘내신 포기·수능 올인’은 위험
교과서 개념 위주 내신 관리땐 수능·논술·면접서도 빛발해
내신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효과적인 대비법을 마련하는 것이 다음 순서다. 특히 고3의 1학기 내신은 학생부교과 성적의 꽃으로 불릴 만큼 중요성이 남달라 체계적인 준비가 필수다. 안정완 애니스터디 학원사업본부장은 “연세대와 고려대 등 상당수 대학은 내신 성적의 학년별 반영 비율로 20대40대40을 적용하는데 3학년 성적은 1학기만 반영돼 1·2학년 때 시험에 비해 2~4배 이상 중요하다”며 “입학사정관들이 서류평가 시 고3 시절의 경우 학업 역량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평가하는 만큼 외부활동을 추가로 하기보다는 내신에 집중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교과서 요점 파악이 최우선이다. 안 본부장은 “내신을 위해 별도 시간을 마련하기보다는 평소 선생님 수업에 귀 기울이며 시험 포인트를 체크하는 게 정도”라며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개별 노트를 미리 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시험 전날에 교과서를 처음부터 꼼꼼히 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자신만의 노트로 반복 학습하는 것이 시간 대비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내신 대비는 수능과 각종 면접 대비도 동시에 가능한 점을 명심하자. 안 본부장은 “내신 준비 때 배웠던 개념이나 제시문은 수능은 물론 논술전형이나 면접 문항으로 출제될 수도 있다”며 “면접 답변 시 교과서에서 배웠던 개념을 근거로 해서 답변을 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