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 사진 모드! 고프로 사진 촬영!”, “찰칵!”
한강의 멋진 풍광을 찍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멈출 필요도 없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어정쩡하고 불안한 자세로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에 올라타 전방을 주시하며 몸에 연결된 벨트에 부착된 고프로의 액션카메라 ‘히어로5’에 사진 촬영을 지시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어 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것 같았지만 ‘똑똑한 히어로5’는 기자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이날 자전거를 타며 찍은 사진은 기자의 ‘인생샷’이 됐다.
미국의 액션카메라 제조사 고프로는 지난 6일부터 최신 제품인 ‘히어로 5’ 2종(블랙·세션)에 액션카메라 중 처음으로 한국어 음성 제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히어로5가 알아듣는 한국어 명령어는 총 10개다. ‘사진 모드’, ‘타임랩스 모드’, ‘고속촬영 모드’, ‘동영상 모드’, ‘하이라이트’ 등 5가지 모드 전환 명령어와 ‘사진 촬영’과 ‘타임랩스 촬영’, ‘고속 촬영’, ‘동영상 촬영’ 등 4가지 촬영 명령어, 그리고 기기를 끌 때 사용하는 ‘끄기’ 명령어다.
일주일간 사용한 기자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점.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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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카메라에 담고 있는 장면이 보이는 순간 “사진 촬영”이라고 외치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진을 찍는다.
유용한 기능은 ‘끄기’다. 음성 제어 없이 제품을 끄려면 전원버튼을 3초간 눌러야 하지만 ‘고프로, 끄기’라고 외치면 제품의 전원이 바로 꺼진다. 고프로처럼 크기가 작은 대신 지속 시간이 길지 않은 제품엔 무척 편리한 기능이다.
다만 명령어를 부르기에 앞서 매번 고프로를 불러줘야 하는 점과 직관적이지 않은 명령어는 다소 아쉬웠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고프로, 사진모드”, “고프로, 사진촬영”과 같은 식으로 명령어마다 고프로를 외쳐야 한다. 또 ‘찍어 줘’, ‘김치’ 같은 자연스러운 말이 아니라 ‘고프로, 사진 촬영’이라는 국어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명령어는 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도 민망하게 만든다. 사진 촬영을 명령하는 순간 지나가는 사람들의 깜짝 놀란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연예인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싶다면 괜찮겠지만, 이런 상황이 민망한 대다수 사용자를 위해 적어도 ‘촬영’이나 ‘찍어줘’ 정도까지 한국어 인식의 범위를 높여 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다.
다소 진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자전거, 클라이밍,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찍게 하겠다는 고프로의 슬로건이 한국어 음성 제어 서비스에 힘입어 비로소 완성됐다. 꽃이 만개한 4월의 봄날, 역동적인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싶다면 똑똑해진 고프로 최신 모델 ‘히어로 5’에 도전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