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安 누가 되든 재벌개혁]"지주사 규제 강화·금산 분리·상법 개정" 짜맞춘 듯 이구동성

文, 기존순환출자 해소 부활...현대차 등 일부그룹 정조준

安,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으로 "시장 독과점 예방" 의지

文·安 "대기업 지주사 자회사 의무보유비율 강화" 목청

포이즌 필·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장치는 모두 빠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일자리 창출 방안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입장 등 현안별로 대립하고 있지만 ‘재벌개혁’은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14일 “재벌개혁의 목표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목표는 기업 스스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도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으로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사라졌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부활, 사례 거의 없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문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순환출자 해소’다. 지난 1월 재벌개혁 발표 당시 제외된데다 문 후보가 영입한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의 김광두 위원장, 김상조 부위원장도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김상조 부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현대차그룹 한 곳만의 문제”라며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경제민주화에서는 더 이상 핵심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최종 공약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결국 부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현대차와 현대산업개발 등 극히 일부 대기업 그룹만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안 후보의 기업분할명령제는 시장 독과점이 장기간 지속되고 현행법상 규제만으로 해결이 어려울 경우 법원에서 기업을 분할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때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도입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된다. 이미 기업분할명령제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 1982년 AT&T 이후 실제 적용 사례가 전무하다. 이와 관련해 공약 단장을 맡은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독과점 문제를 국가가 조율할 수 있는데다 법이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이 조심하는 예방 기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규제도 강화…기업 부담 높아져=정부에서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하는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지주사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대기업 지주사 자회사의 의무보유비율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보다 높이는 방안이다. 문 후보는 어느 수준까지 올리는지에 대해 아직 밝히지 않았으며 안 후보는 10%포인트 인상을 제시했다. 이미 10%포인트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채 의원의 발의로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도 계류돼 있어 두 가지 방안이 함께 시행되면 지주회사 전환 비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산 분리 강화 방침도 재확인했다. 문 후보는 금융계열사의 다른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다중대표소송·집중투표제 등 상법개정안 대부분 반영=지난 2·3월 국회에서 결국 무산됐던 상법 개정안은 양강 후보의 공약으로 부활했다. 문 후보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외에도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도입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맞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돼야 한다고 요청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도는 두 후보 모두 포함시키지 않았다. 문 후보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실제로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 M&A 시도는 한 번도 없었다”며 “재벌 총수의 기득권 방어논리”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권경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