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혼전 치닫는 도시바 인수전…최태원 SK회장 '비장의 카드' 꺼낼까

"본입찰선 상황 달라질것…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겠다"

최 회장 반도체 사업 몸집 키우려 '공격 베팅' 나설 듯

애플, 폭스콘과 공동투자 검토·日은행, 브로드컴 지원

1516A11 도시바 인수 주요 후보군




도시바 인수전이 혼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실적으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SK가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특별강의를 마친 후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Binding·바인딩) 입찰이 아니라 (현재 제시된) 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10여곳의 업체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는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웨스턴디지털(WD),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4곳이 꼽힌다.


다만 예비입찰 이후에도 인수전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폭스콘은 애플과 손을 잡고 브로드컴은 일본 주요 은행 세 곳의 지원을 받았으며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에 ‘독점 교섭권’을 요구했다는 등 인수전을 둘러싼 물밑 정보들이 하루 단위로 튀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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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에 따르면 애플은 매각 예정인 도시바의 지분 20%가량 취득을 목표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폭스콘과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폭스콘은 애플의 최대 협력사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자 이번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반도체회사인 브로드컴 역시 일본 주요 은행 세 곳과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조인트벤처 파트너인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에 ‘독점교섭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이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해 매각 절차가 일시적으로 보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인수전이 매우 혼란스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 회장의 발언은 베팅이 본격화할 2차 입찰부터 SK그룹도 경쟁사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낸드 플래시 기술력 확보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시장에서는 지난해 4·4분기 26.3%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6.3%)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낸드시장에서는 10%의 점유율로 5위에 머물러 있다.

최 회장은 특히 SK의 사업구조 재편에 공을 들여왔고 그 중심에 ‘반도체 사업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2012년에도 최 회장은 매물로 나온 일본의 D램 업체 엘피다 인수를 추진했다가 이사회의 반대로 접은 바 있다. 엘피다는 결국 미국 마이크론이 차지했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가상현실 등의 발달로 낸드시장의 ‘성장성’ 전망은 더욱 밝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2019년을 기점으로 메모리시장에서 D램과 낸드의 위상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5년 전의 D램 업체 엘피다보다 현재의 도시바가 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시바는 낸드 원천 기술과 특허권을 보유한 업체다. 일본 측은 오는 5월 2차 입찰을 진행하고 6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윤홍우·박성호·김희원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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