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권 사회, 저절로 이뤄지지 않아...연대 동참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두산인문극장 2017' 강연

90년대 '사로맹 사건 주역'서

국제인권법 전문가로 변신

국제법 무시해도 제재 수단 없지만

내부적 변화·외부 연대해 비난땐

상호작용 일으키는 '부메랑 효과'

인권운동, 반대측 포용력도 있어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1980년대 사회변혁 실현을 꿈꿨던 백태웅(53 ·사진)에게 인권은 노동자 다음의 문제였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와 함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을 조직해 노동자 중심의 체제를 기치로 내걸고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사로맹 사건으로 구속돼 6년간 복역을 마치고 유학을 떠나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로 변신한 그에게 이제 인권은 ‘새로운 운동’의 대상이다.


백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두산인문극장 2017’ 프로그램인 갈등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제와 분쟁의 수단이던 법이 이제는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인권을 향한 사회 변화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실천만이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그는 “과거 형법·행정법이 중심이 된 법 체계가 국가 통치의 효율적 도구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법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에서 보듯 권위적인 법 문화는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학 후 17년 동안 타국살이를 하는 그에게 이제 한국보다는 아시아·태평양이 인권 문제의 주 대상 지역이다. 그는 2015년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위원으로 임명됐다. 국제인권법 교수인 그를 포함한 5명의 다국적 인권전문가들이 전 세계 82개국 정부와 관련된 실종사건들을 접수해 해당국을 직접 조사하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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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교수는 “실무그룹의 노력으로 2015년 스리랑카 타밀 정치범 21명이 석방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수많은 실종사건이 미해결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 지역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전문기구가 아직 없다는 점을 지적한 백 교수는 각국의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법을 무시해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국제사회가 비난 수위를 높이고 이 같은 연대가 해당국 내부의 변화 움직임과 결합할 경우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인권을 위한 국제 규약과 법이 끊임없이 변화·개선되고 있어 절망적이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사회 변화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백 교수의 결론이다. 인권 피해 당사자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연대해 사회를 설득하고 이로 인해 반대 세력이 힘을 잃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권운동은 이를 반대하는 상대편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의 힘을 갖고 있다”며 “인권을 지키기 위한 작은 연대에 동참해 실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여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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