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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잘못알아 한국 오는데 19년 걸렸죠"

첫 내한공연 가진 콜드플레이

그림·영화·여행서 뉴스까지

주위 모든 것에서 영감 얻어

인기는 '축복받은 환경' 덕

15일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첫 내한 공연에서 크리스 마틴이 허리에 태극기를 걸고 5만 여 팬들 앞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카드15일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첫 내한 공연에서 크리스 마틴이 허리에 태극기를 걸고 5만 여 팬들 앞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카드


“한국에 오는 데 오래 걸렸어요. 길을 잘못 알았거든요. 몇 년 전에 한국에 오려 했지만 왼쪽으로 틀어서(길을 잘못 들어서) 몽골에 갔어요. 진작 여기를 왔어야 했는데 말이죠.”

1998년 데뷔한 이래 세계적 팬덤을 형성한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과 조니 버클랜드(기타),가이 베리먼(베이스),윌 챔피언(드럼)이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5일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크리스 마틴에게 데뷔 19년 만인 이제야 첫 내한 공연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 같은 ‘영국식 재치’가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치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하다 길을 잘못 들었었다고 변명하듯 말이다.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19년이 걸렸지만 이들의 공연은 90만 명이 예매 사이트에 동시 접속해 2분 만에 매진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2번째 공연이자 정규 7집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 발매 기념 아시아 투어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예정됐던 1회 공연에 팬들의 요청으로 1회 공연이 추가돼 이달 15~16일 양일간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총 관객 수도 9만 5,000여 명으로 마이클 잭슨(7만 6,000명)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록 밴드임에도 콜드플레이의 가사는 시적이고 심오하며 정치적 혹은 정서적으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던진다. 서정적 멜로디의 음악은 한국인의 정서를 깊이 파고들만큼 구슬프기까지 하다. 크리스 마틴은 “때로는 그림을 보거나 새로운 도시를 가서 혹은 ‘메리 포핀스’ 같은 옛날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내적인 영감이 있지만,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등 뉴스를 통해 보면서 외적으로 영감을 받기도 한다”며 “모든 것에 열려있는 접근방식이 바로 우리가 영감을 얻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중동 시인 루미의 작품들이나 빅터 프랭클 같은 철학자의 책도 콜드플레이를 자극한다.


부패한 권력의 몰락을 풍자한 가사가 인상적인 이들의 대표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탄핵찬가’로도 주목받았다. 윌 챔피언은 “이 노래는 힘이 있는 사람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혁명에 대한 노래”라며 “전 세계에서 이 노래가 불리는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 곡은 멤버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주요 곡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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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 공연일인 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기인 것까지 알고 있다는 크리스 마틴은 “‘픽스 유(Fix you)’는 공연마다 즐겨 연주하는 노래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슬픔에 공감하며 연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픽스 유’는 마틴이 전 부인인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부친상을 당하자 이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유명하다.

콜드 플레이는 자신들의 인기와 명성을 ‘축복받은 환경’ 덕으로 돌리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크리스 마틴은 “영국인들은 자신감이 조금 부족해서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서 하는 것(밴드)을 좋아하고, 영어가 많이 쓰이는 것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라며 “만약에 대만이나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면 상황이 달랐을 테니 이런 (축복받은) 요인들이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고 말했다.

콜드플레이는 15일 공연에서 20곡 넘는 히트곡을 12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선보였다. 관람석에서는 비·보아·JYJ 김재중·박신혜·한예슬·인피니트 남우현·씨엔블루 강민혁·산다라박·조권·김윤아 부부 등도 5만여 관중과 함께해 ‘연예인들의 우상’인 콜드 플레이의 위상을 확인시켰다. 크리스 마틴은 마흔 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시종일관 무대를 뛰어다니며 팔세토(두성을 이용한 고음) 창법을 구사했다. 태극기를 펼쳐 한국 팬의 성원에 감사를 표한 그는 아예 허리에 태극기를 감은 채 공연을 이어갔다. ‘비바 라 비다’가 울려 펴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손을 들고 ‘떼창’하며 교감했고, 엔딩곡 ‘업 앤 업(Up & Up)’이 연주될 때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봄 밤의 정취를 배가했다. 공연을 마친 뒤 멤버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로 작별 인사를 했고, 크리스 마틴은 공연장 바닥에 입맞춤하는 퍼포먼스로 19년 만의 만남의 대미를 감동으로 마무리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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