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텅빈 연구실...기초과학 투자 늦춰선 안된다

[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

<본지-한국연구재단 설문...과학자들의 현실 토로>

"20년 내다보고 기초과학 육성

창의연구 지원 확대 절실" 80%

기본 갖춰야 4차산업혁명도 가능





“지방대 기초과학 연구실은 텅 비었습니다.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을 넘었습니다. 기초연구 기반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차세대 연구인력이 없습니다. 누가 한 달에 100만원 받고 하루에 12시간씩 연구하겠습니까? 과학연구자에 대한 홀대가 풀뿌리 기초연구를 붕괴시켰습니다.” “알파고의 딥러닝 기술은 1990년대에 사장된 인공신경망 기술을 2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연구한 결과입니다. 기초연구는 불과 몇 년 앞이 아닌 20년 후의 새로운 기술을 목표로 뛰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연구재단과 공동으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국내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기업 소속 과학연구자 등에게 e메일을 보내 설문을 진행한 결과 과학연구자들은 한국의 기초연구가 처한 암담한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문제점과 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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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자들은 “모든 응용은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한다”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도 결국은 활발한 기초과학 연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우지만 과학연구자들은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차기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이번 설문에서 국내 과학연구자 10명 중 8명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기초과학 연구 활성화가 절실하고 다양한 창의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답했다. 우선 설문 응답자 124명 중 99명(79.8%)은 연구수행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창의 연구지원 확대’를 꼽았다. 실적은 없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기초연구 과제 선정률은 평균 45% 수준이지만 신진 과제 선정률은 30%대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지원을 1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40%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구비가 특정 연구사업에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연구성과를 기술이전이나 사업화로 평가하면서 기초연구를 여전히 홀대하고 정부의 정책 기조나 경향에 따라 연구주제가 바뀌는 문제점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연구를 발전시키고 싶어도 받기 어려운 연구비(29.4%),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정책 방향(25.8%), 힘든 연구인력 확보(19.4%) 등을 연구수행의 장애물로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 진행을 총괄한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 본부장은 “이번 설문 결과는 산업혁신을 촉발하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기초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많은 과학연구자가 공감대를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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