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가지고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박 회장 측이 최종 시한으로 못 박았던 이날 오후 금호 측에 공문을 보냈다. 산업은행이 보낸 공문은 기존에 산업은행이 밝혔듯 “컨소시엄 허용은 불허한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박 회장 측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당초 예고한 대로 이번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날 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이 컨소시엄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인수하지 못한다”며 “재무적 투자자나 인수금융만으로는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또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12년 5월 사재 1,130억원을 투입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박 회장의 애착이 큰 아픈 손가락이다. ‘이번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앞서 낸 이유도 다음번 기회를 노리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특히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 논의와 관련한 각종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금호’ 상표권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만큼 향후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매각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6개월 후에 우선매수권자가 관련 권리를 다시 한번 행사할 수 있다.
변수도 많다. 채권단이 20일 더블스타와 거래를 시작하면 3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고 정부승인과 관련해서 1개월, 또 채권자의 요청으로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최대 5개월 동안 거래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금호타이어 임직원 및 협력업체의 고용 승계 문제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야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 여론도 높다. 특히 대선 이후 경제부총리나 금융위원장·산업은행장까지 줄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산은이 보낸 공문을 검토 중이며 곧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