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공방은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재계에서도 뜨겁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더 이른 시기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것으로 주장된 일명 ‘증도가자’ 때문에 7년째 시끄럽다. 연구자의 주장대로라면 증도가자는 세계사를 다시 쓰게 할 유물이지만 진위 논란이 불붙었고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소장자와 연구자 쪽은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길어질 조짐이다.
‘장미대선’을 앞둔 때 진위 공방 못지않게 ‘진심 공방’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진품과 가품이 감동을 저울질하듯 진심과 가식은 국민적 공감을 편 가른다. 진위 논란이 일면 어김없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동원되고 각종 과학적 검증이 줄을 잇는다. 사람의 감정을 믿지 못한 탓인데 권위 있는 국가기관이 제시하는 결론도 늘 2% 부족하게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검증기관의 문제라기보다 사안 자체의 한계다. 화가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야, 유물이 만들어지고 사용된 시기를 살아보지 않고서야 누구도 100% 장담은 못 하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갈 타임머신이 있지 않고서야 말이다.
가짜 뉴스와의 전쟁 선포, 팩트 체크가 주요 화두가 될 정도로 대선후보들의 진심과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사실과 검증, 부인과 사과, 입장 표명 등이 오갈수록 명쾌한 감정(鑑定) 결과에서는 멀어지고 감정(感情)만 상하기 일쑤다. 위작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동시에 자로 그린 듯 반듯하고 새것처럼 매끈한 면이 있다. 궁색한 변명과 유려한 말에 속지 말자. 미술품이나 문화재의 경우 진위 감정에 출처와 소장 내력이 중요하다.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과거 그의 행적을 잘 살펴야 한다. 후보자의 지난 삶은 그가 내거는 공약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미술계와 문화재계는 공개 전시, 공개 검증을 진위 판별의 돌파구로 택했다. 대선판에서는 한 달이 안되는 선거운동 기간이 검증의 기회다. 잘 들여다보자. 타임머신이라도 있어 새 대통령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여의치 않으니 현재의 검증 기회를 잘 이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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