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생직장 NO…결혼도 꼭 해야 하나요?

2017 청소년 통계

고용난 뚫고 어렵게 취직해도

49% 근로여건 불만족에 퇴사

"결혼 해도 안해도 그만" 51%

"동거할수 있다"도 62% 달해



대학 새내기 이가영(19·가명)씨에게 캠퍼스 낭만은 사치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취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경영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이씨에게 대학은 그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이다. 일정 나이가 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 같은 생각마저 회의적이다. 이씨는 “꼭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어 두기보다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본다는 측면에서 동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 목적과 결혼에 대해 이씨처럼 생각하는 국내 청소년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절반 이상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에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용난을 뚫고 어렵사리 취직해도 청년층의 절반가량이 근로여건에 만족하지 못해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에 대해서도 청소년 절반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은 학문을 깨우치는 상아탑, 첫 직장이 평생직장, 결혼은 필수라는 전통적 관념들이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는 이 같은 국내 청소년의 생애주기별 고민과 인식 변화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먼저 청소년의 삶에 가장 큰 과업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 목적을 놓고도 변화된 양상을 보였다. 청소년 2명 중 1명꼴로 대학 이상의 교육이 필요한 목적으로 ‘좋은 직업’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13∼24세 청소년의 51.1%는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2년 전보다 2.5%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능력 개발 때문에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겠다고 답한 청소년은 38.6%를 차지했다. 더 나은 결혼·친구 관계 때문에 대학 이상 학위를 얻으려 한다는 청소년은 4.0%, 주위의 기대 때문이라고 답한 청소년은 3.2%로 나타났다. 인격이나 교양을 쌓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학교생활이 적성 개발과 동떨어지다 보니 만족도도 떨어졌다. 13∼24세 중·고·대학생 중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청소년은 절반 수준(52.3%)에 그쳤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적성·소질 계발에 만족한다는 청소년도 37.2%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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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희미해졌다. 고용난을 뚫고 어렵사리 취직해도 청년층 절반가량이 근로여건에 만족하지 못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의 48.6%는 ‘근로여건 불만족’을 이유로 첫 직장을 떠났다. ‘개인·가족적 이유(13.5%)’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계약기간 끝남(10.7%)’도 퇴사 이유로 꼽혔다.

전통적 결혼관도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청소년의 절반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대신 ‘남녀가 동거할 수 있다’는 청소년의 답변은 62%에 달했다.

지난해 13~24세 청소년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이 51.4%에 이르렀다. 이렇게 생각하는 비율은 2010년만 해도 36.7%에 그쳤으나 2012년 40.0%, 2014년 44.4%로 올랐고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대신 혼전동거나 외국인과의 결혼 등에 있어서는 열린 시각을 보였다. 2016년 청소년의 61.7%는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했다. 2014년 56.8%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김민정기자 세종=서민준기자 jeong@sedaily.com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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