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英 6월 8일 조기총선] “브렉시트 협상 주도권 쥐자 … 내부 결속 승부수 던진 메이”

제1야당 코빈도 찬성

19일 하원 표결서 가결 유력

금융시장 불확실성 해소 판단

발표 두 시간 만에 파운드화 급등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개시를 선언한 지 불과 3주 만에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유럽연합(EU)과의 2년 여의 긴 협상을 추진력 있게 이끌어가려면 강한 내부 결속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EU와의 만만찮은 기 싸움이 예고되고 있지만 영국 야권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스코틀랜드는 독립 재추진 의사까지 표명하는 등 내부 분열이 더욱 심각하게 진행돼 협상 기간 불확실성이 심화되지 않도록 국면을 전환할 ‘승부수’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등은 협상 자체를 반대하거나 정부 추진 프로그램에 사사건건 반발해왔다. 선출직이 아닌 상원도 하원이 가결한 정부 협상안을 수차례 거부하는 등 걸림돌 역할을 자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EU와의 세부 협상을 앞둔 메이 총리는 ‘세부 협상 전 단 한 번의 기회’를 활용하기로 결정하며 그간의 ‘총선 불가’ 방침에서 선회했다는 것이다.


‘강한 영국’을 표명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시선을 환기하려는 것도 총리의 다른 노림수다. 최근 300년 역사의 영국 주요 금융기관 로이드뱅킹그룹은 브렉시트 이후 영업 기반을 준비하기 위해 본사를 독일 베를린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히며 영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영국에서는 금융 부문 국내총생산(GDP)이 약 10%에 달하는 등 금융산업이 국가 최대의 기간 산업이다. 하지만 미국·일본·홍콩 등 다른 국제 금융 허브와는 달리 자국 자본이 아닌 국제 금융자본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EU 역내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패스포팅’ 권리 등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기간 산업은 물론 나라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영국 금융권에 정부의 강력한 브렉시트 의지를 표명해 여론 분열을 막고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하는 당일 독립투표 승인 요청안을 가결한 스코틀랜드도 총리로서는 넘어야 하는 산이다. 이처럼 분열된 여론을 한데 묶어 영국이 ‘EU 없는 미래’를 그리려면 배수의 진이 필요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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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은 2020년까지 총선을 실시할 필요가 없어 이번 총리의 선택은 ‘양날의 검’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못 가본 길’을 걷고 있는 영국 사회에 불확실성과 혼란을 높여줄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승부수는 놀랍게도 금융시장에서 먼저 환영 받았다.



실제 총리가 긴급 발표에 나선 오전10시께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까지 급락했다가 불과 두어 시간 만에 파운드당 1.2674달러로 0.85%가량 오르며 10주 고점으로 치솟았다. 파운드화 추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던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마저 돌파하며 심리적 지지선까지 새로 썼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번 기회를 영국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보다 강하게 ‘포스트 브렉시트’를 준비할 기회로 판단한 셈이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주요 배경은 무엇보다 든든한 국내 지지율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가 지난 12~13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44% 내외로 20% 초반인 제1야당 노동당에 비해 배가량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메이 총리가 약 46%의 지지율로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며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하고 더욱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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