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진행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 4인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조서에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9월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끝난 뒤 대통령과 5분 남짓 독대한 자리에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아달라. 올림픽에 대비해 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본 경험도 있고 여유도 있어서 가볍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날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과 대가를 처음으로 약속했고 이 부회장도 이때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에 대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대통령은 승마 지원을 부탁하고 이 부회장은 경영현안과 관련한 정부 지원을 부탁하는 일이 과연 가능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요구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전달한 후에는 전혀 챙겨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에서 “대통령이 재단 출연 이야기를 꺼냈느냐”는 특검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진술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재단이나 금액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삼성물산의 카자흐스탄 발하슈 화력발전소, 갤럭시S6 판매현황 등에 대해 얘기했고 삼성에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 당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는 대통령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문화·체육재단 설립 계획, 10개 기업이 30억원씩 모아 300억원 규모의 재단을 만들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적혀 있다”고 반박했다. /이종혁·신다은기자 2juzso@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