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초점] 흑인분장 속 숨겨진 ‘인종차별’…도대체 뭐가 웃기다는 거죠?

홍현희 흑인비하 개그 논란, 차별의 추악함을 알리다

개그우먼 홍현희가 웃기려다가 그만 우스워지고 말았다. 흑인 분장을 하고 스스로를 희화화 시켰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신중을 기하지 않은 개그와 그 속에 차별의 시각을 넣어버린 홍현희.

이번 논란이 더욱 큰 지탄을 받는 이유는 걸그룹 마마무가 흑인비하 논란으로 지적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인종차별의 시각이 담긴 흑인 비하 개그 논란을 일으키는 이들을 향해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 “정말 웃기다고 시도하신 건가요?”




사진=웃찾사 캡처사진=웃찾사 캡처


논란의 시작은 지난 19일 방송된 SBS ‘웃찾사-레전드매치’의 ‘실화개그’ 코너였다. ‘실화개그’ 속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는 캐릭터로 분한 홍현희가 피부색을 검게 칠하고 파, 배추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채 무대에 오른 것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홍현희는 연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춤을 추며 웃음을 유도했다는 것이었다.

홍현희의 개그는 방송 직후 온라인상 공분을 일으켰고, 이 같은 논란은 호주 출신의 방송인 샘해밍턴이 SNS 통해 일침을 가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샘 해밍턴은 다음날인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 한심하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 언제까지 할 거야? 인종을 그렇게 놀리는 게 웃겨? 예전에 개그 방송 한 사람으로써 창피하다”고 개그에 대해 크게 비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샘 해밍턴은 “분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했지만 만약 제가 한국인 흉내 내려고 분장했으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까요?”라고 뼈가 담긴 말로서 덧붙이면서 홍현희의 개그 속 내포된 진짜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 ‘처음’이 아닌 계속되는 흑인 비하 개그 논란





인종차별의 시선이 담긴 ‘흑인 비하 개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현희에 앞서 불과 한 달 전인 3월 마마무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마마무는 콘서트에서 미국 인기 가수 브루노 마스의 곡 ‘업타운 펑크’ 패러디 영상을 공개했는데, 흑인인 브루노 마스를 따라 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한 멤버들이 장난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 속에 ‘비하’가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콘서트 이후 해외 팬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해외 팬은 자신의 트위터에 “콘서트에서 블랙페이스를 했다는 사실에는 너무 화가 난다. 인종과 피부색은 놀림감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팬은 “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을 패러디하기 위해 눈을 찢는 것과 뭐가 다르냐. 경솔한 행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마마무의 소속사는 ‘콘서트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유명 곡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해보고자 한 기획의도였으나 오해의 소지가 생겨 2회 차 공연부터는 문제 부분은 편집하겠다. 논란의 소지를 남겨 죄송하고 앞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좀 더 신경쓰겠다’고 사과했다.


더 과거로 내려가면 2014년 방송인 전현무가 JTBC ‘비정상회담’ 제작발표회에서 첫 방송 시청률 공약으로 “3%가 넘으면 샘 오취리 분장을 하겠다”를 내놓으면서 은근한 흑인비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2012년에는 지난 2012년에는 MBC ‘세바퀴’에서 개그우먼 이경실과 김지선이 만화 ‘아기공룡 둘리’ 속 마이콜 캐릭터를 흉내 내면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등장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됐고, 이를 접한 해외 누리꾼들은 ‘인종차별’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문제가 커지자 결국 당시 ‘세바퀴’ 담당 PD는 “상처 받으신 분들께 사과한다”고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피부색은 ‘개그’가 아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사진=페이스북 캡처


서구사회에서 황갈색 피부에 직상모, 평평한 얼굴과 광대뼈의 신체적 특징을 지닌 인종으로 황인종이라고도 불리는 아시아 사람들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칭챙총’이다. 중국어를 비롯한 동양 언어를 비하하려는 의도로 쓰이는 칭챙총은 엄밀히 인종차별의 뜻이 담긴 어휘로, 지난해 3월 내한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출연 배우 로랑 방이 프로덕션 파티 자리에서 건배사로 ‘칭챙총’을 사용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로랑방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인종 비하 표현인 줄 몰랐다면서 ‘친친’(tching-tching)이라는 잔을 부딪치는 소리에 ‘딩댕동’(Ding Dang Dong)이라는 종소리를 합성해 ‘칭챙총’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로랑방의 해명에도 한 번 돌아선 국내 팬들의 마음은 돌아올지 몰랐고, 결국 ‘아마데우스’는 큰 유감을 남기며 막을 내려야했다.

동양인 비하는 칭챙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가늘게 뜨거나 손가락으로 눈을 양쪽으로 찢은 포즈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포즈 중 하나이다. 팝가수 리한나 등의 서양권 스타들이 이 같은 포즈를 취했다가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권 국가에서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우리 사회 또한 ‘인종비하’의 뜻이 담긴 칭챙총 혹은 눈을 찢는 포즈에 대해 불쾌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은 다른 사람도 기분이 나쁘기 마련이다. 우리사회는 칭챙총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비난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검게 칠한 피부색 개그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다가 뭇매를 맞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매체 버즈피드(BuzzFeed)는 홍현희의 개그 논란에 대해 “사람들은 단지 캐릭터의 검은 피부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난 모든 것들에 대해 분노했다. 또 모든 인종에게 이것은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해당 방송의 내용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피부를 검게 칠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의 웃기려고 했던 가운데, 흑인을 비하하고자 했던 ‘악의’가 없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이 하는 개그와 패러디가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지는 자랑이 아니며, 피부색은 절대로 ‘개그’가 될 수 없다. 홍현희로 인해 다시 한 번 불거진 흑인비하 개그 속, 우리 사회는 차별의 추악함을 다시 한 번 더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