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교수와 최 씨 및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일가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이 교수의 통화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것.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이 교수의 첫 공판에서 특검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56)의 진술 조서를 발표했다.
조서에 따르면 서 원장은 “이 교수로부터 ‘교육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미얀마·베트남 대사, 경북대·충북대 총장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이 교수에게 여러 차례 이메일로 추천한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낸 것으로 특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추천 인사 가운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62)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공판에서 “서 원장이 이 교수를 통해 최 씨에게 후보자 이력서를 전달하고, 최 씨가 각 부처 장관 등 여러 인사에 관여하면서 국정 농단의 면모를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가 최 씨를 통해 인사 추천을 했던 사실이 드러날까 봐 최 씨와의 관계를 숨기려고 (국회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서 원장에게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박채윤 씨(48·구속 기소)를 소개한 일이 없다”고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서 원장은 특검에서 자신이 대통령 주치의와 서울대병원장이 될 때도 이 교수가 개입했다고 인정했다. 조서에 따르면 서 원장은 “이 교수가 전화로 서울대병원장 임기를 물어본 뒤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이 교수에게 ‘서울대병원장을 바꾸는 게 대통령 뜻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특검은 법정에서 이 교수가 최 씨와 우 전 수석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교수의 통화기록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이 교수는 최근 1년간 우 전 수석과 67회,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77)와 167회, 부인 이민정 씨(49)와 27회 통화한 바 있다. 또 특검이 확보한 이 교수 수첩에는 ‘우병우 영월지청장 2002년 8월 근무’라는 메모와 함께 우 전 수석의 전화번호가 기록돼 있었다.
또 이 교수는 같은 기간 최 씨 조카 장시호 씨(37·구속 기소)와 232회, 최 씨의 운전기사 방모 씨와 114회 통화를 했다. 특검은 “최 씨가 주로 방 씨 휴대전화로 이 교수와 통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 전 수석 부인의 분만을 맡았던 의사.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분만도 담당했으며 또 정 씨 아들 돌잔치에 초대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당시 돌잔치에 초대받은 외부인은 이 교수와 최 씨 측근인 맹모 변호사, 최 씨 회사 직원 문모 씨 등 3명뿐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우 전 수석이 이 교수를 통해 최 씨를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특검의 판단. 하지만 우 전 수석은 그동안 “최 씨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을 이어왔다. 우 전 수석은 특검에서 이 교수와 자주 통화한 이유에 대해 “장모가 몸이 아프다고 해서 이 교수에게 물어봤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