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우주살이’



2013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성 우주인의 눈물겨운 지구 귀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에서 라이언 스톤 박사 역을 맡은 샌드라 불럭은 우주선 밖에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의 수리 작업을 하다 러시아에 의해 폭파된 인공위성 잔해와 부딪힌 뒤 생존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지구에서 타고 온 우주왕복선마저 심하게 망가진 것을 확인한 그는 반동추진 엔진 팩을 이용해 우주선에서 900마일 떨어진 궤도로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간신히 도착한다. 그러나 ISS 역시 피해를 입어 지구 귀환용으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망연자실해한다. 남은 희망은 단 하나. 100마일 떨어진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티안공(Tiangong)’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는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티안공의 캡슐을 이용해 가까스로 지구로 귀환한다.


영화는 우주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랜 기간 우주에 체류하면서 업적을 남긴 우주인이 적지 않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우주에 머무른 사람은 러시아의 겐나디 파달카다. 그는 다섯 번의 우주 탐사로 통산 879일간 우주에 머무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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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달카의 기록에는 못 미치지만 여성 최고령 우주인인 페기 윗슨(57)은 미국 우주 개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ISS에서 선장을 맡고 있는 윗슨은 24일 현재 우주에 머문 누적 기간이 535일로 늘어나면서 제프리 윌리엄스가 갖고 있던 미국인 최장 체류 기록(534일)을 갈아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윗슨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우주 비행의 역사에서 특별한 날”이라고 치하하고 “임기 중 화성 여행을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까지는 우주선이 가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는데 과연 트럼프가 임기 내에 이를 실현시키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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