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업관리, 기획, 개발, 인사, 총무, 홍보, 마케팅…’
기업 내에 존재하는 수 많은 직무들. 취준생의 입장에서 직무별로 어떤 일을 하는 지 알기란 쉽지 않다. 취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주변에 먼저 입사한 선배가 있다면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인맥이 부족한 취준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출발부터 뒤진 채 시작해야 한다. 대학을 도며 채용설명회를 진행 한다고 하지만, 여건상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기업 내 직무별 직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채용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는 알기 힘든 생생한 정보를 제공해 취준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롯데백화점의 공채 서류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점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유행을 쫓아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의 고객이 찾는 곳이다.
업계에서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백화점의 화려한 모습에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러 부서 직원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취준생들의 관심이 높은 부서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MD(Merchandiser·상품기획)개발 부문에서 근무하는 최성은(입사 7년차) 바이어와 MD부문에서 일하는 오명훈(입사 6년차) 바이어, 영업관리를 담당하는 이유진(입사 2년차) 파트리더가 한 자리에 모였다.
최 바이어는 롯데백화점 내 독자적인 편집샵인 ‘Between’을 운영하는 팀에 속해있다.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브랜드로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해외 직구 편집매장이다. 최 바이어는 상품 매입부터 가격 책정, 마케팅과 매장 판매 등 유통 과정 전체에 관여한다. 편집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점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오 바이어는 해외패션 내 시계 분야에서 일한다. 해외 명품 시계를 직매입하거나 백화점 내 브랜드 관리를 담당한다. 롯데백화점 모든 곳의 해외 명품 시계 브랜드 입·퇴점을 총괄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모든 신입사원이 거치게 되는 영업관리 분야에서 근무하는 이 파트리더는 본점 7층의 아동·스포츠 점포를 맡고 있다. 행사 기획부터 고객의 불만 응대까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1차적으로 처리하는 관리자다.
‘이들은 왜 롯데백화점을 선택했을까? 회사 만족도는 얼마나 높을까? 일하면서는 어떤 보람을 느낄까?’ 묻고 싶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취준생의 질문을 대신 한다는 마음으로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이어갔다. 기자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정확히는 몰랐던 다른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알아갔던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롯데백화점 직원들의 업무 이야기를 들어보자.
-왜 롯데백화점이었나요?
최: 대학 때 전공은 법이었어요. 특별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공채 시즌에 무작정 지원해봤죠. 물론 백화점이라 재밌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어요.
오: 어렸을 때 어머니랑 백화점을 가면 그렇게 재밌었어요. 볼거리가 많잖아요. 갇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죠.
이: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아서 백화점에 지원해보고 싶었어요. 그 중에서도 롯데를 꼭 오고 싶었죠. 업계에서 ‘1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백화점이니까요.
-부서 만족도는 어때요?
최: 95점, 정말 만족스러워요. 회사 내부적으로도 다들 오고 싶어하는 부서거든요. 높은 휴가사용률이나 근무환경 덕분에 팀 분위기도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잦은 해외 출장이 마음에 들어요. 1년에 6번 정도를 가죠. 파리부터 코펜하겐, 뉴욕, 런던 등 장소도 다양해요.
오: 92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도 출장을 많이 가거든요. 해외패션 안에서도 해외 명품 시계 팀의 출장이 가장 많은 편이죠. 1년에 두 번 스위스에서 열리는 시계박람회는 꼭 참석하는 행사에요.
이: 저는 85점이요. 지난해 2월 입사하고 지금까지 정신없이 일하느라 만족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웃음). 영업관리가 원래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점도 있고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좋은가요?
최: 90점은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야근이 많지가 않아요. 본사의 경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에요.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정할 수 있거든요.
오: 회사만 봤을 때는 92점인데, 개인적인 삶은 70점이요. 회사에서는 워라밸의 중요도를 강조하는 편이에요. 특히 요즘 들어 더 그렇죠. 저녁 6시가 되면 업무용 PC가 꺼지는 ‘셧다운제’도 운영하고 있어요. 근데 퇴근하고 여유 시간이 있으니깐 주변 지인들을 자주 만나요. 순전히 제 잘못이죠(웃음).
이: 저도 90점이요. 영업관리팀은 휴무일이 달라요. ‘월화/수목 주휴조’로 나뉘죠. 연차는 주말에 따로 쓸 수 있어요. 평일에 많이 쉬는 편이라 할 수 있는 게 더 다양한 것 같아요.
-부서에서 일할 때 중요한 게 뭘까요?
최: 애착이요. 저희 부서는 새로운 점포를 기획하고 콘셉트를 잡고, 상품 선택부터 점포 인테리어까지 전부 담당해요. 매장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바로 허점이 드러나죠.
오: 아무래도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브랜드 관계자에게 솔직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이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 기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성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업무에요.
이: 디테일이 우선이에요. 영업관리는 담당하는 층 내 점포들의 세부 사항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야 하거든요. 꼼꼼함이 없으면 힘들죠.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최: 해외에서 막 뜨기 시작한 브랜드인데 국내에는 소개가 안 된 곳을 찾아낼 때예요. 그런 브랜드를 발굴해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고 결과까지 좋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오: 명품 시계 행사 때 연예인들을 많이 보는 거(웃음)? 농담이고, 오랫동안 입점을 이뤄내고 싶던 해외 브랜드 런칭에 성공할 때가 가장 좋아요. 서로 꾸준하게 신뢰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브랜드 별로 국내 매장 개수를 제한하기도 하고요.
이: 기획했던 행사가 성공했을 때가 제일 기분 좋았어요. 저희는 어린이날이랑 크리스마스 때 세일 행사 등을 진행하거든요. 목표했던 매출을 달성하고 고객분들 반응까지 괜찮으면 금상첨화죠.
-입사 후 힘들었을 때는?
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만나는 업체마다 문화나 조직원의 성향이 다르거든요. 고객분들도 마찬가지죠.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맞추려면 ‘이해’하는 게 중요한 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오: 업무 시스템을 익히는 데 오래 걸렸어요. 회사에 들어가면 누가 옆에 붙어서 하나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지 않잖아요.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데 자존감도 낮아지고 힘들었어요.
이: 고객분들의 불만을 응대하는 게 정말 까다로워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큰 것까지 불만 사항이 접수됐을 때 1차 해결 통로는 현장 관리자거든요. 막 들어왔을 때는 아예 감이 없어서 고생 많이 했죠.
-롯데백화점 입사를 목표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이: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이상의 일들이 펼쳐질 겁니다. 기대감을 갖고 오세요(웃음).
최: 어느 회사든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최상위권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오셔도 돼요.
오: 해외 명품 시계 한두 개는 망설임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대우도 괜찮아요. 좋은 회사니까 꼭 후배로 만나뵀으면 좋겠네요.
/정순구·강신우·정가람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