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될 조짐이다. 우리 기업들이 잘 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시점에서 발목을 잡으려 하는 형국이다.
국가 부채가 한번 늘어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원금을 갚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느 대통령이 집권하든지 그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종 사업을 통해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해야 할 사업이 많은데 이는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만약 걷은 세금의 일부를 부채 원금을 갚는 데 사용할 경우 그만큼 자신의 업적을 낼 수 있는 사업 기회가 사라진다. 더구나 대부분 부채는 전임 대통령들이 자신의 업적을 내는 과정에서 늘어난 것이니만큼 이를 갚는다는 것은 그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꺼려질 것이다.
최근 미국의 경우도 그렇다. 레이건 대통령 취임 당시 1조 달러 정도였던 미국 국가 부채는 지금 약 19조5,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레이건, 부시, 클린턴, 부시(아들), 오바마로 이어지는 5명의 전임 대통령들이 빚을 19조 달러 늘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빚을 늘린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그는 6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대통령 임기를 마쳤지만 그의 임기 시작 시점에 약 10조6,000억 달러 정도였던 미국 국가 부채는 8년 동안 거의 9조 달러가 증가했다. 우리 돈으로 1경 원이 넘는 액수다. 금융위기와 오바마케어 등 각종 이슈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임 부시 대통령 임기 동안에 국가 빚이 약 6조1,000억 달러가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국가 부채를 너무 늘렸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국가 부채가 20조 달러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나라 살림을 맡은 트럼프 대통령은 부채 규모를 더 많이 증가시키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그는 부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해 자기가 원하는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그동안 미국이 부담하던 부분을 다른 나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피터 나바로 교수는 보호무역론자에 가깝다. 그는 중국을 압박하고 우리나라에도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우리나라에게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대해 과거보다 방위비 분담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미국으로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면 일자리도 생기고 세금도 걷히면서 복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른 나라들과 기업 부문의 부담이 늘어날수록 미국 정부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는 이렇게 재원을 마련하고 이 재원으로 미국의 낡은 도로, 지하철, 공항, 교량 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당시 힐러리 후보와의 TV 토론에서 “미국인들은 아프리카 국가들만도 못한 공항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며 공격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국가무역위원장인 나바로 교수는 <중국에 의한 죽음>이라는 저서를 통해 유명해졌다. 미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가 연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는 중국이 이처럼 흑자를 통해 번 돈으로 미국을 죽이려 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이 엄청난 이익을 내는 이유로 값싼 노동력과 산업 활동 시 환경에 대한 고려를 거의 하지 않는 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원천기술을 대가를 지불 하지 않고 빼내고 훔쳐서 사용한 덕분에 중국의 생산비가 싸졌다고도 주장 했다. 중국은 이렇게 값싸게 생산해서 미국에 물건을 수출해 돈을 벌고 이 돈으로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게 나바로 교수 주장의 요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생각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혐중(嫌中)에 가까운 그의 주장을 대통령이 수용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렸다. 삼성이 미국에 투자를 할 것이라는 확정되지 않은 소식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 물론 그의 숨은 의도는 ‘트위터 정치’를 통해 삼성에 부담을 주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나라 대통령이 우리 기업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지도자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우리 기업에 한번이라도 전달한 적이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 만나서 고마움을 전한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재벌의 폐해를 없애겠다며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지배구조를 어렵게 만드는 상법 개정안이 제출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략 1,306만주 정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으로는 약 9% 정도이다. 그런데 2016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약 52만 원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 한 종목을 통해 한 해 동안 번 돈이 6조 원이 넘는다. 올해 들어 상승한 부분까지 합치면 거의 7조 원 수준이다. 이 한 종목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수익이 발생했다. 우리 기업들이 힘든 가운데 일자리를 챙기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주가를 상승시킨 부분을 생각하면 고마움을 표시할 만도 한데 이러한 공헌은 다 뒷전으로 밀리고 오로지 “최순실에게 돈을 준 나쁜 ×들”이라는 이미지만 남아 있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잘 구별해서 봐야 하는데 안 좋은 부분만 부각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매우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 내수 부족에 경기 악화가 겹치면서 내우외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이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잘못한 것은 혼내더라도 잘한 것에 대한 인정과 배려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윤창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