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는 공식적인 경영상 판단 외에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도 적지 않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가로막는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국회에도 다수의 관련법안이 상정돼 있는 등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을 대폭 높이고 자사주 활용을 강화하겠다는 내용 일색이다.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한다고 하면 이런 개정법들이 가속화되면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 리스크가 기업의 독자적인 경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주사 전환은 한때 정부와 정치권이 모범적인 지배구조라며 기업에 도입하라고 적극 권장해온 사안이다. 그런데도 삼성이 지주사를 검토한다고 하자 이번에는 편법승계 수단이라며 이런저런 제동을 걸고 나서니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갈피를 못 잡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정권 교체기를 맞아 경제 불투명성이 산업계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상의 실적을 올리며 시가총액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불안한 시각을 거두지 않는 것도 다름 아닌 정치 리스크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든 신성장동력이든 일관된 정책환경에서 시장과 기업 자율에 맡겨야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무겁게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