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비용 10억 달러를 부담하라고 통보했다는 외신 인터뷰가 보도된 28일 각 당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반발하면서도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로 “한미 간 합의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엇갈린 입장을 나타냈다. 문 후보는 “사드배치 즉각 중단”을 재차 강조한 한편 ‘사드 말바꾸기’ 논란에 시달려온 안 후보는 ‘찬성’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윤관석 민주당 공보단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구 여권과 국방부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양국 간 어떤 협의와 합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야간 기습 작전하듯 진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정부가 사드 도입과 관련해 어떻게 협의했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문”이라면서 “한미간 당초 합의한 바에 따라 미국이 (사드 배치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국가 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이유로 사드배치 찬성으로 돌아섰던 안 후보가 미국을 향해서도 “합의에 따르라”고 요구한 셈이다.
다만 손 대변인은 “한미 정부간 이면 합의가 있었다면 이는 국민을 속인 셈”이라며 “(그럴 경우)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기습적으로 이뤄진 사드 배치에 환영 의사를 밝혔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측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전개·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이미 합의된 것”이라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대선을 11일 앞두고 날벼락처럼 닥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대선주자들은 ‘미국 우선주의’ 노골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주요 대선후보들은 서로에게 세운 날을 거두지 않았다.
문 후보 측 윤 단장은 “합의를 존중해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후보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안 후보를 꼬집었다. 안 후보 측 손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를 요구한 데 대해 “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한미 FTA에 찬성했다가 야당이 되자 입장을 바꿔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했었다”며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문 후보를 압박했다.
홍 후보 측 김명연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한민국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우려해서 한 발언”이라고 했고, 유 후보 측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이런 문제로 사드 반대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도록 해선 안 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히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