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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사전제작①] 위기설에도 줄줄이 대기…“이번엔 통할까?”

2016년 드라마판을 휩쓸었던 사전제작 열풍이 2017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사전 제작 방식을 특별하게 느끼지 않는다. 동시에 방영되는 드라마 중 하나 이상은 반드시 사전제작일 정도로 흔한 실정이다.

2006년, MBC ‘내 인생의 스페셜’이 사전제작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방송됐다. 2008년에는 한중합작으로 2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SBS ‘비천무’도 시도됐다. 그러나 두 작품 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사전제작 드라마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KBS2 ‘태양의 후예’부터다. 스타 작가 김은숙의 탄탄한 필력에 송중기와 송혜교라는 한류 스타의 만남이 제대로 시너지를 냈다. ‘태양의 후예’는 최고시청률 38.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국내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진=KBS2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사진=KBS2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이 같은 성과는 국내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은 <‘태양의 후예’ 수출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직접 수출 판매액을 100억 원으로 측정, 여기에 간접 수출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까지 더하면 무려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마치 드라마 제작자들을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금광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보였다.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여러 방송사에서 사전제작 드라마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KBS의 ‘함부로 애틋하게’와 ‘화랑’, SBS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사임당, 빛의 일기’, tvN의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안투라지’, ‘내일 그대와’ 등 다수의 드라마가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성적은 안쓰러운 수준이었다. 힘 들어간 캐스팅과 열혈 홍보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국내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오히려 ‘함부로 애틋하게’와 경쟁한 MBC ‘W’, ‘달의 연인’과 경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화랑’과 경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와 ‘피고인’, ‘사임당’과 경쟁한 KBS2 ‘김과장’이 높은 화제성을 얻었다. 여기에 사전제작 드라마의 큰 이점으로 꼽혔던 중국 시장마저 막혀버리니, 사전제작 드라마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제작 드라마는 2017년에도 계속해서 선보여질 예정이다. 대부분의 사전제작 드라마가 그러하듯 2017년 편성된 드라마들 역시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사전제작 드라마를 3편이나 선보인 KBS를 제외하고 SBS, MBC, tvN, JTBC에서 여러 편의 사전제작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의 문을 두드리려 하고 있다. 숱한 실패를 봐왔음에도 또 다시 기대를 걸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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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21일 첫 방송을 한 JTBC ‘맨투맨’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2월에 이미 제작을 완료한 100% 사전제작 드라마다.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캐스팅과 더불어 ‘태양의 후예’를 공동집필한 김원석 작가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다. 현재 JTBC 드라마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맨투맨’ 후속으로 편성된 ‘품위있는 그녀’도 사전제작이다. 김희선과 김선아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힘쎈여자 도봉순’ 백미경 작가와 ‘내 이름은 김삼순’ 김윤철 PD가 힘을 합쳤다.

/사진=JTBC ‘맨투맨’, SBS ‘엽기적인 그녀’/사진=JTBC ‘맨투맨’, SBS ‘엽기적인 그녀’


지난해 사전제작 열풍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MBC는 ‘왕은 사랑한다’를 신중하게 내놓는다. 임시완, 윤아, 홍종현 등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배우를 기용했다. ‘왕은 사랑한다’ 보다 먼저 찾아올 ‘군주-가면의 주인’은 애초에 사전제작으로 기획하지는 않았으나 드라마 특성상 제작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왕은 사랑한다’와 마찬가지로 유승호, 김소현, 엘 등 젊지만 탄탄한 인지도를 가진 배우들이 극을 이끈다.

SBS는 ‘엽기적인 그녀’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편성했다. 지난 3월 촬영을 마친 ‘엽기적인 그녀’는 SBS에서 처음 중간광고를 시도하는 드라마인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주원과 오연서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 3월 촬영을 시작하며 ‘엽기적인 그녀’와 바톤을 터치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이다. 이종석과 수지라는 핫한 출연진을 꾸렸으며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가 극본을 썼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안투라지’, ‘내일 그대와’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얻었던 tvN은 ‘비밀의 숲’과 ‘하백의 신부’로 반등을 꿈꾼다. 현재 후반부 촬영 중인 ‘비밀의 숲’은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명품 배우를 캐스팅 했고, ‘하백의 신부’는 ‘나인’의 김병수 PD, ‘미생’의 정윤정 작가 등 특급 제작진을 자랑한다. 특히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하백의 신부’는 남주혁, 신세경 등이 출연을 확정하면서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16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사전제작 드라마 열풍은 2017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 초에 방영된 ‘사임당’을 포함하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선보이는 사전제작 드라마 수가 더 많다. 출연진과 제작진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여유 있는 촬영 일정으로 완성도를 제고하고자 하는 사전제작 드라마들. 더 이상 사전제작 자체를 성공의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과연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2018년 드라마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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