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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사전제작③] ‘맨투맨’ ‘군주 ‘하백의 신부’, 돌파구를 보여줘

최근 JTBC ‘맨투맨’이 좋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와 올해에 기대 이상 성과를 낸 사전제작 드라마는 없다. 그러나 편성을 확정한, 혹은 기다리고 있는 사전제작 드라마들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 방영 중인 ‘맨투맨’을 포함해 곧 방송될 MBC ‘군주-가면의 주인’, SBS ‘엽기적인 그녀’, tvN ‘하백의 신부’ 등은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지난해와 비교할 때 사전제작 드라마의 필요성에 회의감을 느끼는 반응이 늘어난 것은 맞다. 큰 수익을 낼 수 있던 중국 시장이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금한령, 중국 내 한류 금지령) 등으로 막혀버렸기 때문.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경우를 보면 사전제작 드라마가 보편화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시장을 배제하더라도 사전제작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이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


사전제작 드라마가 완성도면에서 경쟁력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맨투맨’ 제작사 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 황지선 대표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낀 사전제작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헝가리 로케이션을 총 25일 했는데 1부에서 16부까지 등장한다”며 “사전제작이라서 가능한 것이었다. 작가님이 미리 시놉시스를 다 주셨기 때문에 마지막 회까지 필요한 곳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상상황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MBC ‘군주’ 김성회 제작이사는 “많은 분들이 ‘군주’를 사전제작으로 알고 계신다. 그러나 기획 단계부터 사전제작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촬영이 일찍 시작돼 마무리가 빠를 뿐”이라며 “지난 1~2월에 촬영을 진행하면서 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전제작이었다면 이 같은 시기적 부분을 미리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촬영일과 방송일의 간격으로 인해 괴리감이 생긴다는 것. 둘째는 피드백 수용의 어려움, 드라마 성적에 대한 불안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해외촬영을 통해 첫 번째 문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세트 제작 능력이 뛰어나다. 세트 촬영은 한국에서, 야외 촬영은 날씨가 자유로운 곳에서 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제작진의 노력을 강조했다.

드라마를 수용하는 쪽의 성향 변화도 하나의 변수다. 영화에 비해 드라마의 계절감과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의 성향이 쉽게 바뀌지는 못하겠지만, 좀 더 너그러워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한국드라마제작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최근 들어서는 TV라는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서도 즐기기 때문에 영화처럼 계절과 트렌드에 상관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의 도입과 사전제작 드라마 기획·투자 단계에서의 인식 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미국의 사례를 들며 반 사전제작 드라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를 파일럿으로 내보낸 뒤 반응이 좋으면 더 제작한다는 것. 더불어 공 들여 일찍 제작하는 게 유리한 작품도 있고, 촬영하면서 적절히 조율하는 게 유리한 작품도 있는 만큼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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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맨투맨’/사진=JTBC ‘맨투맨’


완(完) 사전제작 드라마를 위한 보완책도 있다. 먼저 제작사뿐만 아니라 채널권을 지닌 방송사나 그 외 광고주, 배우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김 제작이사는 “드라마 성공에 대한 불안감과 선입견이 남아있다. 현재는 ‘어느 배우가 캐스팅 됐는가’로 성공 여부를 점친다”며 “사전제작 드라마가 더욱 성장하려면 배우의 유명세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체의 기획력, 작가의 대본에서 힘이 받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도 의견을 보탰다. 가장 기본적 진리인 ‘내가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도 재미있다’가 결국 답이 된다는 것. 제작자들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기획하는 것이 사전제작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황 대표는 “결말을 생각할 때도 시청자들의 원하는 방향과 처음 기획 의도의 교접을 찾아야 한다. 사전제작인 만큼 전체 스토리를 충분히 생각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상한다면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사전제작이든 사전제작이 아니든, 드라마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비교적 여유로운 촬영 환경을 가지는 만큼,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예상 시청자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시청자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다고 항상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탄탄하게 기획해놓은 전개만큼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없다. 이렇게 국내에서 인기를 얻는다면, 외국 수출 경쟁력은 자연히 상승하게 된다. 아주 당연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사전제작 드라마의 미래는 밝을까. 박 사무국장은 “기존에는 제작사가 기획했음에도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져가는 구도였다. 이제는 제작사도 IP(지적재산권),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확보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등 중국 영향이 배제됨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측에서 사전제작 드라마를 이어갈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

중국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외의 시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미국의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프라임, 유니버시아드, 폭스, 워너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제작 및 배급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아시아 시장의 기점을 한국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이와 같은 형태로 투자금이 들어온다면 사전제작 드라마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생방송과 다름없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문제되며 떠오른 대안책이 사전제작 방식이었다. 사전제작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 후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가 야기됐다. 쉽게 성공을 얻을 수 있는 ‘만능키’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발전은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아직 국내 사전제작 드라마가 과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제작자, 출연자, 시청자가 열린 마음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完사전제작, 非사전제작, 半사전제작 모두 만드는 방법의 문제다. 제작 방법에 실을 탄탄한 콘텐츠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방법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것이 성공의 길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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