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70년대 명동 수제화 ‘줄단’의 부활

임재완 전 사장 아들 임상우 대표, 줄단 수제화 런칭

청담동에 쇼룸 마련 "수제화 장인 부친 명예 살릴 것"

패션브랜드 '지미추'출신 아추시 디자이너가 디자인

1970년대 중반 서울 명동 거리에서 수제화 브랜드 ‘줄단’을 운영하던 임재완 사장의 당시 모습. /사진제공=줄단앤파트너스1970년대 중반 서울 명동 거리에서 수제화 브랜드 ‘줄단’을 운영하던 임재완 사장의 당시 모습. /사진제공=줄단앤파트너스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멋쟁이들은 명동 수제화 가게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강남 상권이 발달하기 전인 1970년대 중반 즈음이다.


명동에서도 ‘줄단’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해 여성 수제화 1번지로 손꼽혔다. 하지만 디자이너였던 임재완(77) 사장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줄단은 10년 만에 문을 닫는다. 이후 기성화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제화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핏줄은 속일 수 없는지, 임 사장의 아들은 영국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나이 든 아버지를 보면서, 아들은 ‘세계적인 구두를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임상우(50) 줄단앤파트너스 대표의 이야기다.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아버지는 우리나라에서 여성 수제화 가게를 운영하고 시장을 개척하신 초창기 멤버셨다”며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커서 보니 수제화 장인으로서의 삶을 사신 아버지가 멋있었다. 줄단을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로 성공 시켜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기성화가 아닌 수제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성화보다 독특한 디자인의 수제화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 보니 백화점에도 수제화 매장이 따로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상우(오른쪽) 줄단앤파트너스 대표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지미추’ 출신의 아추시 다나카 디자이너와 함께 첫 론칭한 구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해, 회색과 남색 구두의 이름은 ‘줄리엣’이고, 빨간색 구두는 ‘비올라’다./백주연 기자임상우(오른쪽) 줄단앤파트너스 대표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지미추’ 출신의 아추시 다나카 디자이너와 함께 첫 론칭한 구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해, 회색과 남색 구두의 이름은 ‘줄리엣’이고, 빨간색 구두는 ‘비올라’다./백주연 기자



임 대표는 가장 먼저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지미추(Jimmy Choo)’에서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아추시 다나카(44·사진) 씨를 영입했다. 영국에서 무대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알게 된 친구와의 인연으로 아추시 씨를 만났고 3년 전 손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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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함께 만난 아추시 디자이너 역시 한국 수제화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샀다. 그는 “한국 고객들의 패션 감각은 빅토리아 베컴, 테일러 스위프트, 제니퍼 로페즈 등 유명인사들 못지 않게 뛰어나고 패션의 변화 속도도 빠르다”며 “한국 백화점에 패션잡화 구역이 넓게 형성돼 있는 사실에서도 성장성을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와 아추시 디자이너가 머리를 맞대 내놓은 줄단의 첫 구두의 모티브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여성 인물에서 따왔다. 임 대표는 “지난해는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400년이 되던 해”라며 “각 구두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맥베스’의 레이디 맥베스, ‘햄릿’의 오필리어 등의 이름을 따 해당 문학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고 스토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루브르 박물관 인근 브라이튼 호텔에서 쇼룸을 운영하며 브랜드 콘셉트와 디자인을 점검했고 올해부터 본격 생산에 나섰다. ‘줄단’의 쇼룸은 청담동에 마련됐다. 구두 가격은 30만~40만원 대로 자체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고, 점차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줄단’의 부활을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한국에서 생산하고 디자인한 신발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그 날을 꿈꾼다”며 “수제화 장인이셨던 아버지의 명예를 살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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