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구에 살면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25)씨는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출근길에 일단 도롯가를 따라 제기역까지 15분가량을 걸으며 자동차 배출가스를 포함한 미세먼지를 잔뜩 들이킨다. 지하철 역사로 들어서면 실외보다 농도가 2~3배 더 짙은 미세먼지를 마셔야 한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내려서도 회사까지 가는 길에 미세먼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47)씨는 서울역 인근에 자리한 회사까지 승용차로 출근한다. 날씨가 더워도 에어컨을 켤 뿐 창문을 내리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들어올까 봐 차량은 늘 ‘내기 순환 모드’로 설정하고 있다. 박씨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게 시간도 덜 걸리고 비용도 덜 든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대·빈부·지역 간 ‘환경 불평등’ 현상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환경 불평등(environmental inequality)을 소득수준 등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로 인해 특정 사회계층이 건강과 재산상에 입는 환경피해 등의 불평등한 상태로 정의한다. 미세먼지를 예로 들면 미세먼지를 내뿜는 사람 따로, 마시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인구는 992만6,968명이고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승용차는 247만대다. 시민 4명당 1대꼴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서울 미세먼지 오염 배출원을 보면 국내 원인이 45%이며 국내 원인 가운데 자동차가 25%를 차지했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100㎍/㎥라면 11㎍/㎥가량을 승용차 등이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1대의 차량에 몇 명의 시민이 탑승하느냐에 따라 셈법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승용차 운행자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소득수준에 따른 환경 불평등은 각 가구의 실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사(2009년)에 따르면 월별 평균지출이 150만원 미만인 저소득군 가구는 150만원 이상 가구에 비해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13.5㎍/㎥ 더 짙었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공기청정기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가구 실내 공기 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는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앞서 지난 3월 한국환경성과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환경정의 분야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주문했다. OECD는 “세대 간 정의 실현을 위해 환경오염, 온실가스 배출, 생물 다양성 손실, 자원이용 등에서 미래세대의 환경편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래세대 이익 관리인 선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경유 값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