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월가 "트럼프와 밀월은 끝...美증시 급락할 것"

규제완화 등 정책 이행 불신

주가 최대 15% 하락 경고

"고위험 하이일드채 매각

안전자산 갈아타라" 권고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감세 등 친기업 행보 옹호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거물 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이어져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월가 사이의 ‘밀월’ 종말을 예고했다. 미국 최대 투자포럼으로 꼽히는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 참석한 월가 투자자들은 도드프랭크법 폐기 검토 등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행정명령이 실제 효력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대선 이후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랠리를 누려온 뉴욕 증시도 많게는 15%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투자 대가들은 트럼프 랠리가 끝나기 전에 고위험자산을 팔고 안전자산을 늘리는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권유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2,7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투자운용본부장(CIO)은 “트럼프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보여온 증시가 10~15%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제 고위험 하이일드채권을 매각할 때가 됐다”며 “자산담보부증권 등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갈아타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라고 권했다. 매사추세츠뮤추얼생명보험의 톰 핀케 CIO 역시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의 하이일드채권 등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지난 2월 이후 30%가량 수익을 낸 만큼 이를 실현하면서 일부 자금은 안전자산 매입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월가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는 것은 트럼프 정책 이행에 대한 강한 회의감 때문이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미국 6대 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트럼프의 발언을 이제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폐기를 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실제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초대형은행 분리에 대해 언급한 데 대해 의회의 반대 등을 거론하면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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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분야가 전문인 에런 커틀러 변호사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은 트럼프 정부에 혹여 찍힐까 우려해 실명으로 비판을 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법안에 사인이 되면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세션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역설한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과 인프라 투자 효과에 대한 반응도 싸늘했다.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비공개 세션에서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민관 합작사업 참여를 독려하지만 민간기업 참여는 저조할 것”이라며 “불분명한 대규모 감세 계획보다 작아도 확실한 (감세) 정책이 나오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다만 백악관 전략정책포럼 위원장인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트럼프 정부는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실용적이고 (재계에) 호의적”이라며 “감세와 규제혁파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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