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을 대화상대로 안보겠다는건가 비정규직 축소 땐 노동시장 양극화"

<文·安 노동정책 급속 좌클릭에 기업 떤다>

중기도 노동시간 단축 땐

연 8조6,000억 추가 부담

“재벌개혁 등 다른 경제민주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대화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기업 관계자)

“비정규직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

대선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일 노동절을 맞아 내놓은 노동정책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이다. 두 유력 대선후보가 이날 발표한 노동정책은 고용시장의 현실과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동계의 지지를 얻는 데 방점이 찍혀 있어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친노동 성향의 두 후보와 달리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가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경제계는 “기업 입장에서 속 시원한 측면이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재계가 우려하는 대표적인 공약이 비정규직 문제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과 비정규직 남용 기업 불이익 부과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인위적인 방식으로 급격하게 변화를 추구할 경우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유연성이 심하지만 대기업은 정규직 노조가 주축이 돼 경직성이 강하다”면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도 등을 일방적으로 도입하면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도 “비정규직도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를 설립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자칫 정규직 노조와의 ‘노노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면서 “기업들도 부담 때문에 비정규직을 끌어안기보다는 내치는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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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소기업들은 주요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경영압박에 시달릴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현재 주 최대 노동시간 68시간에 대해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가 “주 52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입장이지만 중기 업계는 노동시간 단축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인력 부족과 생산량 감소, 비용 증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 업계는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됨으로써 연장 및 휴일근로가 중복 할증될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연 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감소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중기 업계의 입장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중소기업의 월평균 임금 감소 폭은 4.4%로 대기업(3.6%)보다 더 높아 영세사업장은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열악한 현실을 감안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기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적용구간을 기업규모별로 세분화해 6단계로 하고 노사합의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등 보완 방안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후보 측은 이날도 “전체 근로자의 3%도 되지 않는 강성귀족노조들이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며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있다”면서 “강성귀족노조의 폐해를 끊어야 비정규직이 살고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보수 후보로서 기업·노동정책에서 경제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한 점은 인정한다”면서 “강성노조도 문제가 많지만 노정관계를 적대적인 태도로 풀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영일·성행경기자 hanul@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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